누에 화가 3
이노카와 아케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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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3.15.

풀면서 여는 노래



《누에 화가 3》

 이노카와 아케미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7.31.



  《누에 화가 3》(이노카와 아케미/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을 읽다가 생각합니다. 그림에 담는 마음은 글에 담는 마음하고 같을 테고, 글에 담는 마음은 밥을 짓거나 빨래를 하며 담는 마음하고 같을 테며, 살림을 하는 마음이란 사랑을 하는 마음하고 같을 테고, 아이들이 놀이하는 마음하고 같겠지요.


  겉으로는 다른 모습이더라도 속으로는 같은 마음이라고 느껴요. 겉차림이 후줄근하든 반짝거리든 늘 마음을 바라보면서 사귀고 만나고 어울린다면 서로 다치거나 아플 일이 없으리라 생각해요.


  꾸미려 하기에 겉에 얽매입니다. 꾸미지 않고 가꾸려 한다면 속으로 스미면서 포근합니다. 꾸미려 드니까 겉모습에 묶여 스스로 갇히거나 고단해요. 꾸밀 일이 없이 하나하나 가꾸니 즐겁고 홀가분하게 피어나는 꽃씨가 됩니다.


  꾸민대서 보기 좋을 그림이란 없습니다. 꾸민대서 읽을 만한 글이란 없습니다. 꾸민대서 좋은 살림이란 없고, 꾸민대서 재미난 놀이란 없어요. 그렇지만 왜 이렇게 온나라는 겉치레에 겉꾸밈에 겉발림이 넘칠까요? 왜 얼굴이며 몸매이며 이름이며 돈이며 잿빛집(아파트)이며 자가용이며 옷차림이며 잔뜩 꾸미려고 하는 데에 파묻힐까요?


  스스로 마음을 가꾸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사랑을 가꾸기를 바라요. 스스로 노래하는 하루로 가꾸고, 어린이랑 손을 맞잡고서 하루를 꿈꾸는 길로 가꿀 노릇이지 싶습니다. 《누에 화가》는 ‘그림님이 넋을 담는 그림’이 아닌 ‘보는님이 넋을 담는 그림’으로 깨닫도록 이끄는 손길을 다루는데요, 스스로 사랑할 적에라야 사랑이 되기 마련이에요. 남이 사랑해 주기에 사랑이 되지 않아요. 스스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늘 쳇바퀴에 사슬에 멍울에 수렁입니다.


  마음을 풀어 주셔요.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를 풀어 주셔요. 이맛살도 눈살도 풀고서 빙그레 웃음을 지어 주셔요. 실마리를 풀고 생각을 풀면서 오늘 이곳에서 나눌 노래를 솔솔 풀어 주셔요.


ㅅㄴㄹ


“유코 씨와 요코 씨의 ‘차이’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겠죠. 내용물 즉, ‘영혼’의 차이를.” (24쪽)


“어떻게 그릴 작정인가요?” “유코 씨와 요코 씨의 영혼의 차이는 모르겠지만, 그 두 사람이 공유하지 않은 요코 씨만의 비밀을 그림으로 그릴 겁니다.” (36쪽)


“전혀 몰랐어요. 요코가 진심으로 나를 질투했다니.” (43쪽)


“악랄한 인간이란 오명을 씌워 지옥으로 떨어뜨린 건 바로 접니다! 주인어른께 진실을 고하지 않고, 지금껏 괴롭게 만든 것도 접니다!” “그래, 그랬군. 토키 씨 자네도 13년 동안 그렇게 괴로웠구먼. 내 옆에서 차마 말하지 못하는 지옥을. 우스운 일이군. 나도 그 남자도 자네도.” (84쪽)


“그 아이는 행복했을까.” “짧아도 괜찮다고, 죽은 것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지금 행복하다’고 웃고 계셨어요.” (85∼86쪽)


“제 그림은 텅 빈 그릇 같은 것이며, 거기에 영혼을 담는 것은 보는 쪽의 ‘마음’입니다. 죽은 사람의 모습에 그 사람과의 추억이나 이루지 못한 약속, 지금 있기를 바라는 세상, 그러한 남겨진 사람들의 ‘아쉬움’을 담는 물건입니다. 그러니까 그 아이가 바라지 않는 한 할머니를 만날 수 없겠죠.” (129쪽)


‘저녁놀과 딱따기 소리, 아이들 무리와 웃음소리와 끈적끈적한 물엿, 길게 뻗은 그림자, 저녁밥 냄새, 흙먼지, 전부 변하기 쉬우며, 하지만 어느 것 하나라도 빠지면 그 세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208쪽)


#猪川朱美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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