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카의 도자기 2
니시자키 타이세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3.15.

흙을 빚는 손빛



《하루카의 도자기 2》

 플라이 디스크 글

 니시자키 타이세이 그림

 윤지은 옮김

 대원씨아이

 2012.10.15.



  《하루카의 도자기 2》(플라이 디스크 글·니시자키 타이세이 그림/윤지은 옮김, 대원씨아이, 2012)은 질그릇을 빚는 여러 사람이 어떻게 마음을 흙이랑 하나로 가다듬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흙이랑 마음이 하나이기에 밭을 짓고 논을 가꿉니다. 흙하고 마음이 하나이기에 ‘밥을 낳는 숨결’인 흙으로 ‘밥을 담는 숨그릇’을 빚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흙하고 한마음이 되어 뒹굴거나 뛰놉니다. 아이들이 흙이며 모래를 만지면서 척척 짓는 놀이에는 언제나 새롭게 피어나고픈 꿈이 깃듭니다. 흙을 만지면서 놀던 아이가 어른이 되기에, 흙으로 숨결을 짓거나 빚거나 가꾸거나 노래하는 자리에 서요. 흙을 만지지도 밟지도 구경하지도 못하는 터에서 책만 펴야 하는 아이가 어른이 되면, 흙하고 동떨어질 뿐 아니라 흙을 괴롭히거나 짓밟거나 죽이는 자리에 섭니다.


  흙놀이는 흙살림을 거쳐 흙사랑으로 갑니다. 흙을 등진 터전은 흙살림도 흙사랑도 없이 돈벌이나 이름얻기나 힘자랑으로 갑니다. 어느 쪽이 좋거나 낫지는 않습니다. 이쪽은 사랑이요, 저쪽은 사랑이 아닐 뿐입니다.


  사람마다 손길이 다르기에, 질그릇을 빚는 사람마다 다 다른 무늬와 빛깔과 크기와 쓰임새를 담아낼 길을 열어요.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르게 흙을 일구어 살림을 이루듯,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르게 들이는 손길로 다 다르지만 바탕은 사랑인 하루를 짓습니다.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흙을 짓지 않습니다. 더 알아주어야 하기에 흙을 그릇으로 빚지 않습니다. 살리는 손길로 흙을 만집니다. 사랑하는 손빛을 흙에 담습니다. 살아가는 두 손에는 살아가는 두 다리가 맞물려 이 땅을 든든히 딛고서 어깨동무하는 마음이 흐릅니다. 《하루카의 도자기》는 석걸음으로 단출히 매듭을 짓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흙을 다루는 손을 서로 얼마나 지켜보거나 바라보거나 들여다보려나 궁금합니다. 벼슬자리도 글자리도 배움자리도 살림자리도 흙 한 줌 없이 온통 잿빛으로만 가득하지 싶은데, 흙이 없으면 풀꽃나무도 벌나비도 새도 사람도 모두 살아남지 못합니다.


ㅅㄴㄹ


“흙은, 그 인간의 기량을 비추는 거울이야. 실력 이상의 것을 해내려고 해봤자 어차피 기량은 마찬가지. 정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간이 그렇게 만들어 주겠지.” (79쪽)


“시대의 선인(先人)이 남긴 물건이라면 돌이킬 수 없지만 마침 나는 아직 현역이야. 그리고 나라가 문화재로 지정한 건 그 술병이 아니다. 이 두 손이지.” (87쪽)


‘손 안에서 흙이 날뛰지 않아. 이것이 중심이라는 건가?’ (106쪽)


“욕심을 내면 안 돼. 흙에게 솔직해져라” (108쪽)


“크기 같은 건 상관없어. 그래, 너처럼 보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기는 작품을 만들면 돼.” (112쪽)


‘그건 그대로 지금의 내 모습을 나타내는 것 같아.’ (118쪽)


“그렇지만 이 밭에서 자란 채소가 좋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 있지. 하루카랑 이웃사람들, 도시에 사는 아들과 손자들. 나는 그 사람들이 먹는 얼굴을 떠올리면서 채소를 키우는 거야. 그런 것일지도 몰라. 하루카의 기량으로 나오는 하루카만의 맛이 말야.” (124쪽)


‘작품은 정직하게 그 사람을 비추니까, 마음이 향하는 대로.’ (155쪽)


“훌륭해. 이사카가 말한 ‘자신의 기량’을 알고, 내가 말한 오사무가 가마에 넣고 싶어질 물건을 넘어, 넣을 수밖에 없는 것을 만들었어. 그리고 큰 접시를 만들고 싶었던 자기 마음을 그 12개가 낳을 경단 무늬에 맡겼지.”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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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ハルカの陶 #TaiseiNishizaki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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