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기억 삶창시선 55
이철산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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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노래책시렁 180


《강철의 기억》

 이철산

 삶창

 2019.6.28.



  일하는 사람한테는 ‘일하는 말’이 있습니다. 살림하는 사람한테는 ‘살림하는 말’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사랑하는 말’이 있습니다. 겉모습을 꾸미는 사람한테는 ‘꾸미는 말’이 있고, 겉치레에 얽매인 사람한테는 ‘치레하는 말’이 있어요. 우리는 저마다 다르게 살아가기에 다 다르게 살아가는 말이 있기 마련입니다. 즐겁고 노는 어린이한테는 ‘즐거운 놀이말’이, 신나게 노는 어린이한테는 ‘신나는 놀이말’이, 재미나게 노는 어린이한테는 ‘재미난 놀이말’이 있지요. 일하는 자리에 선 어른은 어떤 ‘일말’을 곁에 둘까요? 《강철의 기억》을 읽다가 ‘폐기처분·자진출두·평생소원·극락정토’ 같은 말씨가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이러한 말씨를 일하는 자리에 얼마나 쓰는지 모르겠어요. 일터에 높거나 낮은 자리가 있을까요? 틀(기계)을 잡는 사람도, 붓(펜)을 잡는 사람도, 높거나 낮지 않습니다. 그저 그들 자리에서 일할 뿐입니다. 예전에 흙을 만지던 어른은 “넌 참 무쇠같구나”라든지 “넌 참 차돌같구나” 하고 말했지만, 어느덧 ‘강철’ 같은 말씨만 흩날립니다. 우리 일자리란 무엇을 떠올리는 숨결일 적에 어깨동무가 되면서 함박웃음이 되려나요. 입으로만 일하는 이들한테 어떤 일말을 들려줄 만할까요.


ㅅㄴㄹ


처음 출근하던 날 작업복 입고 설레고 막막하던 날 생각나 / “그래 높은 사람들이 뭐라카드노?” / “시키는 대로 하라 카던데예.” (24쪽/어린 노동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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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에 갈 때도 승용차를 몬다는 그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 하루 수십 리 골목길을 숨어 다녔던 노동운동가였다 공장에서 기계 한 번 제대로 돌린 적 없지만 노동운동 배후로 찍혀 몇 년을 도망 다녔다 파업 때마다 신출귀몰하던 그를 잡기 위해 수십 명의 전담반이 쫓았다 그는 정권이 바뀌자 재빠르게 자진 출두해 죗값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노동자에게 배신당했다고 하소연하는 그는 노동연구소 간판을 내걸었다 노동을 연구하다니! 어쩌다 술자리에서 그는 횡설수설 육교 공포증을 하소연했다 (68쪽/육교 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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