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96
《문장연습》
고려대 교양학부 교양국어연구실 엮음
고려대학교 출판부
1973.3.1.
적잖은 글꾼은 ‘우리말에 한자말이 매우 많다’고 합니다만, 이는 오직 한문으로 글을 쓰던 버릇으로 일컫는 얘기입니다. 사람들이 수수하게 널리 쓰던 말씨를 몽땅 한문으로 담아내려 하다 보니 얼핏 ‘우리말’만큼 ‘중국 한자말’하고 ‘일본 한자말’을 끌어들인 탓이라 할 텐데, 중국·일본 한자말을 배운 적이 없이 살림하는 사람들 말씨를 헤아리노라면 ‘우리 삶은 우리말로 넉넉히 담아낼’ 만해요. 우리말을 제대로 배우려 하지 않으니 우리말을 모를 뿐입니다. 《문장연습》은 ‘열린배움터 교양국어’를 가르치며 쓰던 곁책입니다. 온통 새까맣게 한자로 글을 쓰도록 이끕니다. 쉽고 부드러이 우리말을 쓰도록 이끌지 않아요. ‘우리말로 생각하고 우리말로 삶·살림·사랑을 담도록 가르치고 배우는’ 틀은 언제 세울까요.
우리의 先祖들은 이 漢字로써 漢文을 지어 썼으니 그 고통은 오늘날 英語를 배워서 글을 짓는 것보다 더했을 것이다. 그러나 古來로 우리말을 적어 보려는 强한 意慾이 있어 新羅時代의 鄕歌를 보면 당시의 國語를 漢字로 表記하고 있다 … 매우 不便한 文字이지만 現在 우리는 그것을 좀처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累千年來의 慣習 탓도 있지만 우리말에 漢字語가 많기 때문이다.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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