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2.20. 가운데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책을 쥘 적에 가운데가 안 벌어지도록 ‘살며시 야물게’ 쥘 줄 모르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얼핏 다른 듯하지만 ‘살며시 야물게’ 쥐어야 책이 안 벌어지고, 오래오래 읽을 수 있어요. 책을 쩍 벌리거나 누르지 않고서 ‘살며시 야물게’ 쥐는 손길은 아마 열 살 무렵에 처음 익혔지 싶습니다. 책을 꽤 좋아하는 동무가 있는데, 이 아이는 책을 ⅓쯤만 펴서 읽더군요.


  “야, 그렇게 하면 보이니? 다 벌려서 읽어야지?” “아냐. 이렇게 해도 잘 보여. 책을 다 펴거나 벌리면 책이 다쳐.” “뭐? 책이 다친다고?” “책도 다치지. 다 펴거나 벌리면 책이 아파해.” “엥? 책이 아파한다고?” “책도 우리하고 똑같아. 살살 달래면서 봐야 좋아해. 이렇게 이쪽을 가벼우면서 단단히 잡고서 책이 안 벌어지게 하고서 다른 손으로 종이 끝을 손 끝으로 살살 대어서 가볍게 넘기면 돼. 이렇게 하면 종이에 손기름이 안 묻고, 책도 훨씬 잘 넘어가.” “그래? 어디 보자. 어, 그러네? 네 말대로네?”


  책쥠새를 처음으로 알려준 그때 그 동무가 누구인지 이름은 잊었으나, 목소리나 말씨는 아직도 또렷이 떠오릅니다. 동무가 책쥠새를 알려준 날부터 책을 ‘살며시 야물게’ 쥐는 길을 들였고, 오늘도 이렇게 책을 만집니다. 책쥠새란 살림새이면서 글을 쓰고 여미는 손길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풀꽃나무를 쓰다듬는 손길이면서 이웃을 마주하는 손빛이기도 할 테고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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