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말꽃 짓는 책숲 2021.1.28. 한 일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날마다 하는 일이 있고, 하루하루 남긴 일이 있습니다. 낱말책을 짓자면 온갖 책을 끝없이 잔뜩 살피고 갈무리해야 하는데, 갈수록 혼잣힘으로는 ‘한 일’보다 ‘하지 못하고 남긴 일’이 늘어나는구나 싶습니다. 오늘날에는 셈틀이 있기에 일손을 어마어마하게 줄였어요. 지난날을 헤아린다면, 종이쪽(카드)에 뜻풀이에 보기글에 보탬말에 낱낱이 적어서 그러모아야 하고, 이 종이쪽으로 큰집을 몇 채쯤 거느려야 하는 판입니다. 요새는 밑감으로 삼는 책은 곁에 두되, 셈틀이 하나 있으면 부피가 아주 적어요.
일본 말씨 ‘근시안적’이라는 말씨를 가다듬다가, ‘노동조합·납품업자·자본주의’까지 잇달아 가다듬습니다. 말고리는 ‘전제·고양·일품·조합’으로 뻗고, 이내 ‘하모니·필명·태양광·남자’로 가지를 칩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우리 스스로 ‘생각없이 말하며 살아가느’라 갖은 말이 제자리나 제빛을 잃어요. 이 말을 쓰기에 잘못이 되거나 틀리지 않습니다. 저 말을 써야 맞거나 옳지 않습니다. 그저 ‘이 말이어야 우리 생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굴레에 갇혀버린다면, 생각이 날개를 뻗거나 씨앗을 틔우지 못해요.
일본사람은 ‘labor union’을 ‘勞動組合’으로 옮겼고, 우리는 이를 고스란히 ‘노동조합’으로 들였습니다. 그런데 ‘노동자·근로자·근무자’처럼 또 비슷하면서 다른 한자말까지 끌어들였지요. 왜 이렇게 써야 할까요? ‘일꾼’ 한 마디이면 될 테고, ‘일벗·일지기·일님·일사람’처럼 결을 달리할 새말을 지을 수 있었어요. ‘공돌이·공순이’가 아닌 ‘일돌이·일순이’처럼 말을 지어서 나누었다면, 일하는 사람을 얕보거나 깔보는 몸짓이 섣불리 불거지지는 않았을 텐데 싶어요.
오늘은 ‘홈·홈그라운드·홈구장’이란 말씨를 매듭짓습니다. 이 말씨를 매듭짓는 길에 살펴보노라니, 우리 나름대로 곳곳에서 재미난 말씨를 꽤 여러모로 살려서 썼구나 싶더군요. 다만 이처럼 재미나게 살려쓴 말씨를 하나로 그러모은 일꾼은 없다시피 했고, 여느 자리에서는 재미난 숱한 말씨를 쉽게 찾아볼 길도 없었어요. 언제 어디에서나 매한가지인데, ‘어린이’를 ‘사랑’으로 바라보려는 눈길이라면, 말길이며 삶길이며 살림길이며 나라길이며 배움길이며 슬기롭게 추스르고 매듭지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린이를 사랑으로’, 이 말 한 마디를 가슴에 품고서 일한다면, 비로소 우리는 어질고 착한 어른이 되겠지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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