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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59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이진송
다산책방
2019.10.22.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이진송, 다산책방, 2019)를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날 서울사람 살림길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저도 한때 서울에서 아홉 해를 살기는 했습니다만, 그때나 오늘이나 딱히 ‘운동’은 하지 않습니다. 몸은 쓰되 ‘운동’이란 이름으로 뭘 한 적은 아예 없습니다.
겨울에는 겨울대로 제 얇은 옷차림을 보면서 묻고, 여름에는 여름대로 제 허벅지랑 팔뚝을 보면서 묻는 사람이 많습니다. “무슨 운동 하셔요?” “저는 운동 안 합니다.” “운동 안 하는 사람 허벅지나 팔뚝이 아닌데요?” “아기가 오지 않았을 적에는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서 책을 장만해서 집까지 나르며 읽었어요. 아기가 온 뒤에는 아기를 안고 업고 천기저귀에 온갖 살림을 짊어지고 다녔어요. 아기가 자라 어린이가 되는 동안 아이들하고 늘 같이 걷고 자전거를 나란히 달리며 살았어요. 그리고 천기저귀는 언제나 손빨래를 했고, 이불도 손으로 빨았어요.”
날마다 책을 이십 킬로그램쯤 장만해서 책집에서 집까지 두 시간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서 나르다 보면 허벅지하고 팔뚝은 저절로 굵습니다. 날마다 아기를 업거나 안으면서 토닥이고 달래다가, 아기가 잠들면 신나게 기저귀랑 이불을 빨아서 널고 말리고 집안일을 하노라면, 우리 허벅지하고 팔뚝은 단단히 영급니다.
다만, 책을 썩 즐기지 않고, 아기를 낳아서 돌보지 않는다면, 저처럼 ‘운동을 안 하면서도 굵은 허벅지랑 팔뚝’을 건사하기는 어려우리라 봅니다. 그러나 굳이 돈을 들여서 몸을 쓰진 않아도 돼요. 집하고 일터 사이를 그저 걸어 봐요. 적어도 하루에 두 시간쯤 걸어다녀요. 또는 적어도 하루에 두 시간쯤 자전거를 타 봐요. 그러면 넉넉해요.
스스로 걷다 보면 마을을 새롭게 읽으면서 수수한 이웃을 사귈 만해요. 스스로 걷기에 바람을 읽으면서 하늘을 사랑하는 마음이 돼요. 스스로 자전거를 날마다 두 시간쯤 타면 ‘값비싼 자전거’가 아니라 ‘우리 몸에 어울릴 뿐 아니라 적어도 쉰 해쯤 튼튼히 달릴 제대로 된 자전거’를 몸이 느낄 만해요.
둘레에서 어떻게 쳐다보든 아랑곳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사내는 이래야 하거나 가시내는 저래야 한다는, 모든 눈길은 집어치워 보자고요. 자가용은 몰지 말자고요. 우리한테는 팔다리가 있어요. 이 팔다리를 여느 살림자리에서 마음껏 놀려 봐요. 손수 저자마실을 하고, 손수 밥을 차리고, 손수 집안을 치우고, 손수 빨래를 하고, 손수 마을책집으로 찾아가서 책을 장만하여 집까지 이고 지고 나르면서 읽노라면, 우리 몸은 어느새 숲을 닮은 빛나는 숨결이 되리라 생각해요.
ㅅㄴㄹ
나는 성격이 급해서 자주 호흡을 무시하고 동작을 따라가는 데에만 급급했다. (30쪽)
사회가 딸에게 부과하는 의무에 ‘뚱뚱하지 않을 것, 예쁠 것’이 포함된다는 사실은 기괴하고 명백하다. 이 의무는 애교 같은 감정노동과 짝을 이룬다. (77쪽)
이제 나는 운동 시간을 확보하려고 기꺼이 여러 가지를 포기한다. 서른 살 이전, 영양가 없고 의무뿐이던 인간관계를 정리하면서 나의 생활은 아주 간결해졌다. (107쪽)
가냘프고 ‘여리여리’해서 ‘여자여자’한 여자만이 사랑받는다는 메시지를, 미디어와 사회 문화 전반이 주입한다. (133쪽)
자기 몸을 바꿔야 될 대상으ㅗ 보면 자꾸 엉뚱한 옷을 사게 되는데, 지금 나에게 맞고 편하고 좋은 옷을 찾게 되었다는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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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비추천도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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