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제1부 책이 없으면 만들면 돼! 7
카즈키 미야 원작, 시이나 유우 외 그림, 강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와르르 무너지는 둘



《책벌레의 하극상 1-7》

 카즈키 미야 글

 스즈카 그림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9.3.31.



  《책벌레의 하극상 1부 7》(카즈키 미야·스즈카·시이나 유우/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9)을 보면 ‘책벌레인 마음’을 그대로 이으면서 ‘아이 몸’으로 다시 태어난 분이 지난날하고 다른 마음으로 나아가는 실마리를 보여줍니다. 지난날에는 ‘무엇보다 책이 먼저’였으나 새몸으로 살아가는 오늘은 ‘책을 애타게 바라지만, 이보다는 함께 지내는 한집사람을 더’ 헤아리는 길로 접어듭니다.


  책에 사로잡힌 삶이던 지난날에는 딱히 아픈 데가 없었다면, 책을 구경하기조차 어려운 오늘날에는 조금만 힘을 쓰면 와르르 무너지는 몸입니다.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지만 꿋꿋하게 살림을 지으려고 하는 줄거리가 여섯걸음(1부 6)까지 흘렀고, 바야흐로 새걸음(2부)으로 나아가는 끝자락(1부 7)에서는 ‘사람 나고 책이 나온 삶’을 바라본다고 할 만합니다. 이 마음으로 ‘사람 나고 마을 나온 길’이라든지 ‘사람 나고 삶터(사회)가 나온 길’을 똑똑히 생각하면서 힘꾼(신전장)한테 당차게 맞서지요.


  딱히 아픈 데가 없이 살며 오로지 책벌레로 지내던 삶은 지난날이었습니다. 툭하면 앓아눕고 글이며 책을 구경하기 힘든 삶이 오늘날입니다. 언뜻 보자면 거꾸로 되살아난 길이라 할 테지만, 때(시간)는 한곬로 흐르지 않아요. 어제·오늘·모레는 늘 맞물리면서 흐릅니다. 또는 다른 테두리(차원)가 언제나 한동아리로 맞물린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리고 2000년대가 아닌 3000년대에는 확 다른 살림길이 있을 수 있고, 우리가 오늘 이곳에 있는 몸을 내려놓고서 다른 곳에서 되살아난다면, 이 별이 아닌 다른 별에서 삶을 이을 수 있어요. 《책벌레의 하극상》에 흐르는 사람살이는 옛날일 수 있으나 앞날일 수 있으며, 다른 별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노상 오늘을 살아갑니다. 예전에 살던 곳에서 예전에 살아가던 몸은 저러한 빛이며 살림을 누렸더라도, 오늘 살아가는 오늘 이 몸은 이러한 빛이요 살림입니다. 되살아날 적에 예전 생각이나 살림을 다 잊을 수 있지만, 예전 생각이나 살림을 고스란히 건사하면서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자, 이 대목을 헤아리면 좋겠어요. 우리가 예전 생각이며 살림을 잊어버리고 되살아날 적에 즐거울까요, 아니면 예전 생각이며 살림을 모두 간직하면서 되살아날 적에 즐거울까요? 잊든 잊지 않든, 오늘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이 길을 가려는 마음인가요?


  책을 더없이 사랑하면서 책에 파묻혀 살다가 책더미가 와르르 무너져서 예전 몸이 죽었다고 하는 ‘책벌레’는, 새몸을 입은 이곳에서 조금만 힘을 쓰면 몸이 와르르 무너집니다. 이 숨결 ‘와르르’를 스스로 찬찬히 바라볼 수 있다면, 이 여린 몸이며 책을 손수 지어서 누리고 싶은 꿈도 한결 슬기로우면서 상냥하게 이루는 이야기를 펼 만하리라 봅니다.


ㅅㄴㄹ


‘우에노 시절이었다면 무조건 책이 우선이었겠지. 그런데 어느새 가족이 책과 비슷할 만큼 소중해진 것 같아. 하지만 모처럼 발견했는데 견습 무녀가 되지 않고 책을 읽을 방법은 없을까?’ (94쪽)


‘아아, 가까이서 책을 읽을 수 있다니. 종이 냄새를 맡으니 마음이 너무 편해.’ (100쪽)


“신전에 들어가면 그 안에서 착취당하지만 말고 서로 이용할 상대를 찾아. 틈만 나면 주위를 보고 생각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쳐.” (123쪽)


“극형을 입에 담는 상대 앞에서 이 분노를 어떻게 억눌러야 하지? 나는 모르겠어.” (169쪽)


“사람을 죽이려고 했으니까 당연히 본인도 죽을 각오가 되어 있겠지?” (171쪽)


“계약을 맺고 붙들려 살면 살아가는 의미가 없잖아요. 저는 가족과 함께 있고 싶었어요. 책을 읽고 싶었어요. 제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없다면 의미가 없는걸요.”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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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鈴華 #香月美夜 #椎名優 #本好きの下剋上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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