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1.1.9.



2004년 5월에 첫 책을 내놓았습니다. 2003년이나 2002년이나 2001년에 내놓을 수도 있었으나 다 손사래쳤습니다. 이무렵 사흘에 두 가지씩 ‘1인 소식지’를 엮어서 내놓았는데, ‘책 아닌 작은 소식종이’로 그때그때 이야기를 여미려고만 했습니다. 책을 내기로 한 뜻은 아주 작고 쉽습니다. ‘책으로 엮어서 내놓으면 똑같은 말을 굳이 더 안 해도 되겠네’ 싶더군요. 책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쓰는 이웃님이 있다면, 큰책집이 아닌 작은책집을, 또 새책집이 아닌 헌책집을, 또 누리책집이 아닌 마을책집을, 기꺼이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달려 천천히 품을 들여 찾아가서, 다시 천천히 품을 들여 책짐을 짊어지고서 집으로 조용히 돌아가는 책마실맛을 누리도록 징검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큰책집·누리책집은 다 같은 책을 더 많이 팔아치우려는 뜻이 드세다면, 작은책집·마을책집은 다 다른 지기가 책집을 일구면서 다 다른 책을 다 다른 이웃한테 다 다른 손길하고 눈빛으로 나누려는 뜻이 깊고 넓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생각을 나누려고 첫 책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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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헌책일 때는 달라요. 서울에서 파는 헌책과 제주에서 파는 헌책과 대구에서 파는 헌책과 청주에서 파는 헌책이 다릅니다. 같은 서울이지만 동대문구 헌책방과 서대문구 헌책방이 다르며 서대문구 안에서도 홍제동과 연대 앞과 신촌이 다릅니다. 신촌에서도 골목길과 대학교 앞이 다르며, 주택가 안도 달라요.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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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길을 더 느끼고 싶다면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 2004)를 곁에 두어 보셔요. 다만 이 책은 이제 헌책집에서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글쓴이인 저한테도 책이 없으니 저한테 살 수도 없는 책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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