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숲 1 -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유은영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틀에 가두니 빛나지 않아요



《피아노의 숲 1》

 이시키 마코토 

 유은영 옮김

 삼양출판사

 2000.1.7.



  《피아노의 숲 1》(이시키 마코토/유은영 옮김, 삼양출판사, 2000)를 되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이 그림꽃책은 ‘피아노’가 무엇인지를 묻기 앞서 ‘어린배움터(초등학교)’하고 ‘마을’이 무엇인가를 묻고, ‘시골’하고 ‘어버이 일감’이 무엇인가를 물으며, ‘사랑으로 돌보며 살아가는 집’하고 ‘이름값을 바라보며 아이를 닦달하는 집’을 맞대면서 묻습니다.


  그림꽃책은 내내 묻습니다. 아이한테 날마다 뭘 보여주나요? 아이는 날마다 어디를 가나요? 아이는 앞으로 뭘 해야 즐겁게 웃을까요? 아이는 무엇을 왜 배워서 어디에 어떻게 써야 아름답게 사랑으로 나아가나요?


  이 여러 가지를 곰곰이 생각해서 아이하고 나누는 어버이나 어른으로 살아가는지요. 이 여러 가지를 여태 생각한 일이 없거나, 오늘도 아직 생각할 마음이 없는지요. 이 여러 가지 말고 무엇이 그대 마음에 대수롭거나 그대 생각을 움직이는지요.

  타고난 재주꾼인 ‘카이’가 아닙니다. 그저 신나게 피아노에 숲이란 노래를 가락으로 얹어서 스스로 웃고 어머니랑 웃으며 마을 이웃이며 동무하고 다같이 웃고픈 꿈을 사랑으로 키우는 카이입니다.


  늘 숲바람을 들으니 숲바람을 피아노 가락에 얹을 뿐입니다. 늘 숲동무를 만나니, 다람쥐나 멧돼지나 새하고도 말을 섞으면서 이들하고 함께 피아노 가락을 누릴 뿐입니다. 그렇지만 막상 배움터란 곳에 가면 또래 아이들은 그들 어버이한테서 물려받거나 배운 그대로 ‘카이네 집안’을 놀리고 손가락질합니다. 이는 배움터 어른인 길잡이(교사)도 똑같습니다. ‘카이 어머니’가 무슨 일을 해야 좋거나 나쁠까요? 돈이 많고 이름이 높고 힘이 센 어버이가 있다면, 배움터 어른이란 이들은 그저 굽신거리면서 네네 절하면 되는지요?


  틀에 박힌 길로 아이를 집어넣으면, 아이는 꿋꿋하게 마침종이를 하나씩 받으면서 끝까지 열린배움터에 나아가겠지요. 그리고 이럭저럭 벼슬꾼이 되거나 그럭저럭 돈을 받는 일꾼이 되겠지요. 그런데 이때에 아이한테 무슨 꿈이나 사랑이 있나요? ‘안정된 연봉을 받는 공무원이나 회사원, 또 서울에서 장만할 아파트 한 채, 또 값나가는 자가용 하나’가 아이가 품을 꿈이나 사랑인지요? 온나라 아이들이 모두 똑같이 이 틀에 박힌 길만 바라보고 나아가도록 내몰지 않는가 돌아볼 노릇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놀라운 사람이 수두룩하게 나옵니다. 이를테면 비보이나 프로게이머를 꼽을 만한데, 이들은 일찌감치 틀박이 배움터를 뛰쳐나왔습니다. 스스로 바라보고픈 길 하나를 즐겁게 생각합니다. 《피아노의 숲》이 들려주는 줄거리는 매우 쉽습니다. ‘아이를 틀에 가두는 어른 그대야말로 틀에 갇힌 채 기쁨도 사랑도 꿈도 모르는 하루를 살아가네요’예요.


ㅅㄴㄹ


“그런 것쯤은 한 번 들으면 기억할 수 있으니, 어린애라고 너무 얕잡아보지 마세요! 그리고, ‘숲의 피아노’는 고장나긴 했어도 소리는 나와요! 그건 내 피아노니까. 그러니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뭐든 아는 척 얘기하지 말라구요!” (43쪽)


“슈우헤이! 넌, 정말 운 좋은 녀석이다!” “뭐?” “봐! 오늘 아침은 피아노 기분이 짱인가 봐!” (66쪽)


“그럼 넌, 듣기만 하면 칠 수 있다는 얘기야?” “물론이지! 듣지 않으면 어떻게 치냐?” (104쪽)


“카이는 세 살 때 저 창문에서 떨어졌단다. 난 카이가 죽은 줄 알고 놀래서 찾았더니, 카이가 어디에 있었는 줄 아니? 글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저 피아노 위에서 놀고 있지 않겠니?” “아하하, 숲의 나무가 지켜줬어.” “그래서 저 피아노는 카이의 장난감이 돼버린 거지!” “날마다요?” “날마다 정도가 아니었어. 아침저녁 틈만 나면. 어쩔 땐 거기서 하룻밤 자고 올 때도 있지!” ‘아. 그렇다면, 난, 난, 이길 수 없어! 그냥 엄마가 시키는 대로 피아노를 배워 온 나는, 솔직히 피아노 레슨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그러니 언제나 좋아서 피아노를 치는 너에겐 절대 이길 수 없어!’ (138∼140쪽)


“굉장하다! 그럼 넌 피아니스트가 되는 거니? 실은 아까부터 겨울도 아닌데 장갑을 끼고 있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단다.” “이건 그냥 습관이구요. 진짜로 될지 어떨지는 잘 …….” “아니, 넌 될 수 있어, 슈우헤이. 이것저것 참으면서 살아왔으니 피아니스트가 돼야 해! 정말 손이 예쁘구나. 우리 카이는 날마다 나무를 타기 때문에 꼭 짐승 손 같거든! 발하고 똑같아!” (142쪽)


“와하하하 캡 신나!” “피아노는 그런 식으로 치는 게 아니야, 카이!”“뭐? 피아노는 신나는 거라구.” (163쪽)


#MakotoIsshiki #ピアノの森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