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엄마
신현림 지음 / 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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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55


《시 읽는 엄마》

 신현림

 놀

 2018.5.15.



  《시 읽는 엄마》(신현림, 놀, 2018)를 읽으면서 “나는 시 읽는 아빠인가?” 하고 생각하다가, “아니야. 나는 아이들하고 하루를 노래하다 보니 어느새 시를 쓰고 읽는 아버지란 자리에서 살지.” 하고 느낍니다. 새벽 두 시 반 무렵, 두 아이가 잠결에 까르르 웃으면서 좋아합니다. 두 아이 잠꼬대를 문득 들으면서 “오늘은 즐겁게 꿈꾸는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곧이어 큰아이가 아버지를 부릅니다. 저는 벌떡 일어나서 두 아이 사이에 앉고, 두 아이 머리하고 등허리를 살살 쓰다듬으면서 달랩니다.


  이제 와 돌아보면, 저도 어릴 적에 꿈에서 무서운 일을 곧잘 겪었을 텐데, 그때에는 누구한테도 이런 얘기를 털어놓거나 풀어놓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지요. 제가 나중에 어른이 되거나 어버이란 자리에 서면 “난 꿈에서 헤매는 아이들 곁에서 다독여 줄래.”


  어른이란 몸이라지만, 모든 어른은 아기로 태어나서 아이란 나날을 지났습니다. 아이란 몸이어도, 모든 아이는 차근차근 자라서 의젓하고 듬직한 어른이란 나날을 살아갑니다.


  아이는 무엇을 배우면 즐거울까요? 아이는 무엇을 물려받으면 아름다울까요? 아이는 무엇을 보면 사랑스러울까요? 어른이나 어버이 자리에 선 사람이라면 이 세 가지를 늘 생각해야지 싶어요. 대학입시 아닌 배움길을, 재산 아닌 살림꽃을, 짝짓기 아닌 참사랑을 함께하면서 가꿀 노릇이지 싶습니다.


  가만 보면 《시 읽는 엄마》에 ‘시 이야기’는 얼마 없습니다. 글님이 읽은 시를 놓고서 이녁 딸아이하고 얼크러진 삶을 풀어놓기 때문에 ‘시 이야기’가 없지 않습니다. 우리 모든 삶은 언제나 노래(시)이고, 어떤 노래(시)이든 이녁 삶을 담아내니까, 굳이 ‘시 읽는 엄마’가 아니어도 ‘삶 읽는 길’이 됩니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아쉽다면, 글님이 딸아이한테 어떤 삶을 보여주면서 물려주고 싶은가 하는 꿈이 잘 안 보입니다. 돈을 벌어서 집안을 꾸리기가 벅차니까 딸아이가 돈을 잘 벌어서 넉넉하면 좋겠다는 마음일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이런 줄거리가 잇달아서 적잖이 뻑적지근합니다.


  저도 우리 집 아이들이 아버지한테 “아버지, 내가 아버지한테 돈 줄게요.” 하면서 1000원이건 10000원이건 건네주는 일을 겪습니다. 빠듯한 집살림에도 아이들 주전부리나 놀잇감을 따박따박 장만하니 이런 말이 나올 수 있을 테지만,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어버이가 마음에 담은 뜻’을 읽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한테 “응, 고맙구나. 그런데 아버지는 너희가 아버지한테 돈보다 너희가 노래하는 하루를 즐겁게 지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어. 한 줄로도 좋으니, 너희가 신나게 논 이야기를 너희 손으로 종이에 천천히 적어서 주면 좋아.” 하고 말합니다.


  신현림 님, 걱정은 걱정을 낳고 사랑은 사랑을 낳는답니다. 아마 돈은 돈을 낳겠지요. 그러니, 늘 노래를 아이한테 물려주면서 노래가 노래를 낳는 이야기를 엮으면 훨씬 좋겠습니다.


ㅅㄴㄹ


대수롭지 않은 그 말에도 또 한 번 감탄하고 말았다. 배 속의 아기가 전해오는 달콤한 향기가 내 몸과 영혼에 퍼짐을 느꼈다. (21쪽)


저녁때가 되면 애처롭게 우는 아이의 모습이 어른거려 괴로울 때가 많았다. 그래도 도서관에서 악착같이 일을 해야 어느 정도 먹고살 형편이 되는데, 나더러 대체 어쩌란 말인가.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46쪽)


멋쩍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딸에게 같이 저녁을 먹으러 나가자고 했다. 단골 고깃집에 가서 가브리살 3인분을 시켰다. 지글지글 구워지는 고기와 매캐한 연기 속에서 딸과 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딸이 친구들에게 질투와 시샘을 받고 이간질당한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148쪽)


순간 울컥해졌다. 이번 설에 딸은 친척들에게 받은 세뱃돈을 자기 지갑 속에 꼭꼭 챙겨 넣었더랬다. 그 돈으로 자기 옷 사겠다는 것도 아니고 엄마에게 준다니. 혼자 아이를 키우며 최고로 감동한 순간이었다. 그때 딸이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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