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삶을 담아내는 가장 수수한 말부터 가장 빛나는 마음으로 나눌 적에 말결이 살아나지 싶습니다. 뭔가 남다른 낱말을 찾지 않아도 됩니다. 낱말책에서 숨죽이는 이쁜 낱말을 안 찾아내어도 됩니다. 남들이 아직 안 쓰는 멋진 낱말을 몰라도 됩니다. 참으로 자주 쓰고 언제나 쓰면서 마음에 사랑이 감돌도록 이끄는 낱말부터 뜻이며 결을 찬찬히 짚어서 즐겁게 쓰면 좋겠어요. 그러면 다 되어요.
‘즐겁다’라는 낱말을 한국말사전에서는 ‘흐뭇하다 + 기쁘다’로 풀이합니다. ‘흐뭇하다’는 ‘흡족 + 만족’으로 풀이하고, ‘기쁘다’는 ‘흐뭇하다 + 흡족’으로 풀이해요. 이런 뜻풀이라면 벌써 겹말풀이가 됩니다. ‘만족 = 흡족’으로 풀이하고, ‘흡족 = 만족’으로 풀이하는 한국말사전이에요. 더구나 ‘행복 = 만족 + 기쁨 + 흐뭇함’으로 풀이하니 아주 뒤죽박죽입니다. ‘즐겁다’하고 ‘기쁘다’하고 ‘흐뭇하다’는 틀림없이 다른 낱말이에요. ‘행복’이라는 한자말을 꼭 써야 한다면 ‘행복’만 쓸 노릇이면서, ‘즐겁다’나 ‘기쁘다’나 ‘흐뭇하다’가 어떻게 다른가를 알맞게 살펴서 써야겠습니다. 한국말사전은 몽땅 뜯어고쳐야 할 테고요. (576쪽)
말빛을 더 느끼고 싶다면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 2017)를 곁에 두어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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