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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아로마 ㅣ 내가 좋아하는 것들 2
이민희 지음 / 스토리닷 / 2020년 11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53
《내가 좋아하는 것들, 아로마》
이민희
스토리닷
2020.11.5.
《내가 좋아하는 것들, 아로마》(이민희, 스토리닷, 2020)를 읽다가 우리 보금자리를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우리는 늘 무엇을 먹으면서 살아가는데, 입으로 밥을 넣기만 할 뿐 아니라, 코하고 살갗으로 냄새를 느끼기도 합니다. 코하고 살갗으로 느끼는 냄새 탓에 배고프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고, 코하고 살갗으로 느끼는 냄새로도 배불러서 굳이 입으로 밥을 안 먹어도 좋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씽씽이가 찻길을 덮은 곳에서는 바람이 매캡합니다. 서울이며 큰고장은 언제 어디에서나 매캐한 기운이 넘실거려요. 돌림앓이가 아니더라도 이런 곳에서는 누구나 쉽게 앓고 아프고 일찌감치 죽기 쉽습니다. 이와 달리 씽씽이가 드물거나 없으며 찻길이 아닌 풀숲이나 풀밭이 있으며, 이 풀밭길을 따라 나무숲으로 이어가는 곳에서는 바람이 맑고 상큼해요. 바람이 맑고 상큼한 곳에서 앓거나 아프거나 괴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앓거나 아프거나 고로울 일이 없다면 죽음이 아닌 삶이 피어납니다.
요사이에는 ‘허브’를 말하는 사람이 늘고 ‘아로마’를 찾는 사람이 늡니다. 나라가 나라이다 보니 ‘허브·아로마’처럼 영어를 쓰는데, ‘허브·아로마’라는 영어가 없거나, 이런 영어를 모르던 때에도 이 땅에서는 오래오래 두 가지를 넉넉히 누리며 살았어요. 다만, 서울에 높다랗고 커다랗게 올린 임금집에서는 이 두 가지를 안 누렸지요. 으리으리 기와집을 거느리는 벼슬아치도 이 두 가지를 안 누렸어요. 손수 흙을 짓는 사람은 언제나 두 가지를 누립니다.
첫째, 풀입니다. 둘째, 숲입니다. 모든 풀은 사람을 살립니다. 사람을 살리지 않는 풀은 없습니다. “잡초가 없다”가 아니라 “온풀이 온사람으로 가꾼다”라 해야 어울립니다. 배앓이를 하는 사람을 달래는 풀이 있고, 튼튼한 사람을 더 북돋우는 풀이 있습니다. 아픈 데를 다독이는 풀이 있고, 날마다 기운차게 뛰놀거나 일하도록 살찌우는 풀이 있어요.
풀은 들풀이나 멧풀로만 있지 않아요. 풀이 잘 자라서 땅(흙)이 살아나면 나무가 차츰 큽니다. 풀 곁에서 자라는 나무는 우람하게 가지를 벌리고, 어느새 숲을 이루지요. 풀꽃나무로 숲을 이룬 데에서는 즐거이 나누는 살림길이 흐드러져요. 풀꽃나무를 밀어낸 서울이며 큰고장에서는 치고받으면서 어렵게 거머쥐는 돈이 흐르고요.
돌림앓이를 끊어낸다는 물은 무엇일까요? 돌봄터에서 쓰는 모든 물이나 가루는 ‘숲’에서 옵니다. 숲이 스스로 다스리는 길을 낱낱이 파면서 돌봄물이나 돌봄가루를 짓습니다. 숲에서 모든 목숨붙이가 살림빛을 얻고 누리듯, 이 흐름을 샅샅이 알아내려 하면서 돌봄물(약)을 지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아로마》를 지은 글님은 풀물·숲물이며 풀내음·숲내음 곁에 햇볕하고 바람을 두기를 바랍니다. 곰곰이 생각할 노릇이에요. 사람이며 뭇목숨을 살리는 풀하고 숲은 햇볕이랑 비바람이랑 흙을 머금으면서 푸릅니다. 풀꽃물만 곁에 두기보다는 우리 보금자리랑 마을이 언제나 숲이며 비바람이며 흙을 곁에 두는 터전이라면 아프거나 앓을 일이 없이 누구나 즐겁지 않을까요?
모든 숨은 숲에서 비롯합니다. 숲에서 푸르게 피어나는 숨인 터라, 숲을 가꾸지 않고 뚝딱거리기만 해서는 돌림앓이가 새로 불거질 뿐입니다. 나라지기나 벼슬아치가 숲하고 등지더라도 우리 스스로 숲을 곁에 두고 사랑하면 됩니다. 우리 몸하고 마음은 언제나 우리가 스스로 돌봅니다. 돌봄빛은 우리 마음에서 자라요.
ㅅㄴㄹ
몇 개월 동안 페퍼민트 오일을 사용하면서 매일 먹던 두통약을 먹지 않아도 편안하게 지나가는 날이 하루 이틀 늘기 시작했다. (17쪽)
로즈마리는 나폴레옹이 가장 좋아했던 향으로도 유명하다. 전쟁 중 전략을 짤 때 로즈마리 화분을 곁에 두고 항상 향을 맡았으며, 작은 키 때문에 생긴 열등감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갖는 데도 로즈마리 오일을 이용했다. (36쪽)
왜 이렇게 식물의 향이 사람의 마음을 끌었을까? (76쪽)
우울증의 원인은 코로나로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아마도 이전부터 갖고 있던 문제가 코로나로 인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93쪽)
낮에 햇빛을 쬐는 것도 중요하다. 햇빛을 쬐며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세로토닌 같은 행복 호르몬이 나온다. (1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