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푸른그림책/숲노래 푸른책


석걸음 ― 너나들이

: 친구 관계·소울메이트·베프·동무를 나누다



  우리 곁에는 누가 있어 하루를 즐겁게 열면서 닫는가요. 우리는 누구를 떠올리면서 오늘을 반가이 맞이하면서 넉넉히 누리는가요. 우리는 스스로 어떤 숨결이 되어 서로 동무나 이웃으로 지내는가요.


  어른들은 ‘친구 관계·교우 관계’ 같은 말을 쓰고, ‘베프(베스트 프렌드)’나 ‘영혼의 짝·소울메이트’를 말하기도 합니다만, 어쩐지 ‘동무 사이’를 말하기에는 알맞지 않구나 싶어요. 우리가 이 땅에서 오랜 옛날부터 사이좋게 지내면서 나눈 말을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사이좋다’를 생각해 볼까요? ‘사이’란 너랑 내가 떨어진 길이나 자리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목숨이면서 사람이니 한몸이 아닌 다른 몸이에요. 다르게 있는 우리가 떨어진 길이나 자리가 ‘좋다’면, 우리는 가까이에서 만나도 멀리 떨어진 채 자주 보기 어려워도 동무라는 뜻입니다. ‘너나들이’란 말이 있어요. 너랑 나 사이를 드나든다는 뜻인데, 너하고 나라는 다른 두 몸이지만, 거리낌없고 스스럼없고 티없고 허물없는 모습을 가리켜요. 마음으로 만나면서 손을 잡기에 너나들이입니다. ‘마음동무·마음벗’이나 ‘어깨동무·사랑동무’라는 길을 들려주는 그림책을 열 가지 추려 봅니다.



《생쥐와 고래》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이상경 옮김, 다산기획, 1994.9.10.

 : 뭍에 사는 작은 아이랑 바다에 사는 큰 아이는 만날 길이 있을까요? 어쩌다가 하루 만나는 일조차 놀라운 일이 될 만하지 싶습니다. 쥐하고 고래가 만난 일이란, 더구나 쥐하고 고래가 서로 도우면서 마음으로 그리는 사이가 된 일이란, 다시없이 애틋한 하루일 테지요. 아모스·보리스 둘은 참다운 동무란 어떤 마음인가를 산들바람처럼 봄물결처럼 싱그러우면서 넉넉하게 들려줍니다.


《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

 엘사 베스코브 글·그림/김상열 옮김, 시공주니어, 2007.11.10.

 : 헤엄을 치고 싶다면 물하고 사귀어야 합니다. 냇물이건 바닷물이건 못물이건, 이 물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하나가 될 적에 비로소 헤엄을 치고 물장구를 치며 자맥질을 합니다. 물에는 물벗(물고기)이 있어요. 물벗이 물하고 사귀면서 마음껏 헤엄치는 모습을 지켜본다면, 또 우리가 물벗이랑 어우러진다면, 이때에도 헤엄치기란 수월하겠지요. “먹는 물고기”가 아닌 “물에 사는 벗”을 만나면 좋겠어요.


《밀리의 특별한 모자》

 키타무라 사토시 글·그림/문주선 옮김, 베틀북, 2009.4.15.

 : 마음에 드는 동무한테 무엇을 주고 싶은데 돈이 한 푼도 없다면 어떡하면 좋을까요. 언제나 즐거우면서 새롭게 꿈꾸는 동무가 우리한테 들려주는 훨훨 날갯짓하는 이야기를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려나요. 아이하고 어른은 서로 동무가 될 수 있을까요. 아이하고 어른은 서로 어떤 마음이자 눈빛이라면 상냥하게 얼크러지는 동무가 될까요. 따뜻하고 즐거운 마음눈일 적에 쓸 수 있는 갓(모자)이 있습니다.


《두고 보자! 커다란 나무》

 사노 요코 글·그림/이선아 옮김, 시공주니어, 2004.9.20

 : 푸른별에 나무가 없어도 사람이 살 수 있을까요? 나무 없는 별에서 목숨을 건사한대서 ‘산다’고 할 만할까요? 큰고장에는 으레 숲을 밀어내고 집이며 길만 크고 높게 올려세우는데, 나무숲·풀숲이 없다면 바람이 불지 않고 싱그러이 숨쉬지 못해요. 더구나 나무는 우리 곁에서 어마어마한 살림이자 세간 구실을 합니다. 이 나무를 사귀어 볼 수 있을까요. 이 나무를 미워하거나 성가시게만 바라보려나요.


《작은 새가 좋아요》

 나카가와 치히로 글·그림/사과나무 옮김, 크레용하우스, 2002.8.1.

 : 오늘날 사람들은 이 터를 ‘사람 것’으로만 여기지만, 지난날에는 사람도 살고 새랑 벌레랑 짐승도 함께 살았습니다. ‘누구누구만 땅임자’이지 않아요. ‘사람만 땅임자’라는 생각이 퍼진 다음부터 새는 마을에서 쫓겨났어요. 콩 석 알 가운데 한 톨을 늘 나누던 새인데, 이 새를 아낄 줄 알고 반길 줄 아는 마음이라면, 마을이며 나라이며 이 별을 곱게 가꾸고 이웃을 사랑으로 품는 길을 나아가겠지요.


《하루거리》

 김휘훈 글·그림, 그림책공작소, 2020.1.30.

 : 혼자 있다면 혼자 놀며 즐겁습니다. 여럿이 있다면 여럿이 놀며 신납니다. 홀로 떨어진 채 놀이를 잊은 또래가 있다면, 이 또래를 모르는 척하면서 끼리끼리 어울리며 신날 수 있을까요? 여러 아이는 언제나 함께 놀다가 ‘혼자서 따로 지내며 놀지 않고 어두운 아이’를 지켜봅니다. 이 아이한테 자꾸자꾸 다가서면서 말을 붙이고 하루를 함께 보내려 하지요. 차근차근 살가이 가까이하기에 동무가 되어요.


《내가 열 명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모토 요코 글·그림/김활란 옮김, 은하수미디어, 2006.6.1.

 : 학교도 가고 숙제도 하고 심부름도 하고 싫은 일도 하고, 이러면서 반가운 짝꿍이랑 놀고 싶으니, ‘내가 열 사람’쯤 있다면 이리저리 나누어 느긋한 하루가 될는지 모릅니다. 열로 나눈 다 다른 내가 있어 열 가지를 걱정없이 ‘해치운다’면, 막상 스스로 하는 일놀이는 하나도 없겠지만요. 스스로 하루를 누리기에, 스스로 하루를 같이 어울리기에, 스스로 자라며 서로 깊이 알아갑니다.


《the Witch Next Door》

 Norman Bridwell 글·그림, scholastic, 1965.

 : 숲아씨(마녀)가 이웃에 살 수 있습니다. 숲아씨는 굳이 학교를 안 다닐 수 있습니다. 숲아씨는 빛힘(마법)으로 무엇이든 손가락이나 눈짓만으로 척척 해낼 수 있습니다. 숲아씨는 하늘을 날거나 바람을 타면서 놀 수 있습니다. 숲아씨하고 어울리다 보면 하루가 언제 갔는지 모를 만큼 재미있기도 합니다. 우리는 서로 달라서 이웃이에요. 서로 다른 사람이라, 똑같은 놀이도 새롭게 받아들이면서 누립니다.


《신기한 우산가게》

 미야니시 다쓰야 글·그림/김수희 옮김, 미래아이, 2017.11.30.

 : 하늘은 빗물을 상큼하게 흩뿌리면서 이 땅을 촉촉히 적십니다. 땅은 풀싹이 해맑에 돋으면서 온누리를 환하게 덮습니다. 하늘에서 무엇이 내리거나 떨어지면 즐거울까요? 땅에서 무엇이 솟거나 나오면 재미날까요? 동무하고 무엇을 나누고픈 마음인가요? 이웃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 오늘을 생각하면서 맞이하기를 바라나요? 웃는 얼굴이 돼 봐요. 무섭다는 생각을 씻어 봐요. 활짝 피어나는 놀이로 달려가요.


《바솔러뮤 커빈즈의 모자 500개》

 닥터 수스 글·그림/김혜령 옮김, 시공주니어, 1994.11.28.

 : 손길을 탄 살림 하나를 아끼는 마음이 이쪽에 있습니다. 스스로 손길을 내어 살림을 건사해 본 적이 없는 마음이 저쪽에 있습니다. 이쪽 손길에는 언제나 상냥한 바람이 흘러 누구라도 동무가 됩니다. 사람동무도, 풀동무도, 구름동무도 있어요. 저쪽 손길에는 늘 차디찬 바람이 가득해 누구라도 동무가 안 됩니다. 모두 겉치레이지요. 힘으로 차지한 높은자리에서 우쭐댄다면, 동무 없이 지내겠다는 뜻이에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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