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북한은 - 노동자 출신의 여성이 말하는 남북한 문화
경화 지음 / 미디어일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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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책

인문책시렁 152


《나의 살던 북한은》

 경화

 미디어 일다

 2019.8.5.



한국에서는 병든 짐승을 잡아먹으면 당장 죽을 것처럼 난리인데, 북한사람들은 병든 짐승의 고기라도 배불리 먹어 보고 싶을 정도로 고기에 굶주려 있다. (79쪽)


북한에서 좀 배웠다는 사람들은 한국에 와서도 좋은 곳에 취직을 하곤 한다. 당시 난 이런 생각을 했다. 북한에서 잘 먹고 잘살고 좋은 직장을 가졌던 사람들은 한국에 와서도 같은 길을 가고 있구나, 라고. (112쪽)


북한에서는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출신 성분이 좋지 않으면 좋은 직장, 좋은 대학, 좋은 학벌을 가진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러한 사람과 결혼도 할 수 없다. (134쪽)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힘든 일을 해도, 남자들의 월급만큼 탈 수가 없다. 이유는 모른다. 다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아무리 일을 많이 해봤자 남자의 절반도 받을 수 없다는 것뿐, 이유를 들어 본 적은 없다. (141쪽)


오빠의 사범대 시험 결과 합격통지가 내려왔으나, 애당초 오빠는 시험만 봤을 뿐 시험지 이름은 위조되어 오빠 대신 교장 딸이 대학에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짜인 각본이었던 것이다. (157쪽)



  우리나라에서 모든 사람한테 고르게 자리를 주는 일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 누구나 고르게 자리를 누리면서 생각을 펴고 만나고 일하고 놀고 어울리고 이야기하고 살림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얼마나 “네, 우리나라는 고른(평등) 길입니다!” 하고 말할 만할까요? “아니요! 우리나라는 안 고른(불평등) 길입니다!” 하고 말할 사람이 훨씬 많지 않을까요? 《나의 살던 북한은》(경화, 미디어 일다, 2019)을 읽으며, 남북녘 모두 ‘안 고른 길’을 가는 나라이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두 나라 모두 참으로 오래도록 배움길·삶길·살림길·나라길·벼슬길·글길·책길·노래길…… 모두 ‘있는 이 차지’로 흘렀습니다. 돈·이름·힘·벼슬 가운데 하나를 거머쥘 노릇이요, 이 가운데 하나라도 없으면 어느 길에도 안 끼워 주지요.


  생각해 보면 구태여 돈·이름·힘·벼슬이란 길을 갈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삶길을 가면 돼요. 우리 살림을 손수 짓는 길을 가고, 우리 사랑을 스스로 꽃피우는 길을 가면 됩니다.


  북녘사람에서 남녘사람으로 길을 틀어 지내는 분이 가슴을 후비듯 적바림한 이야기는 북녘 민낯만 보여준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남녘 민낯을 함께 보여줍니다. 둘이 썩 안 다르거든요. 이제라도 생각해야지요. 두 나라가 돈길·이름길·힘길·벼슬길로 나뒹군 모습을 멈춰세우고서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앞으로 아름길이며 사랑길이 될 만할까요? 우리는 어떤 몸짓을 그만두거나 버리면서 스스로 거듭나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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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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