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크게 키운 고전 한마디
김재욱 지음 / 한솔수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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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50


《아이를 크게 키운 고전 한마디》

 김재욱

 한솔수북

 2020.8.25.



아빠와 함께했던 그 한 시간이 아이한테는 매우 힘든 시간이었구나. 아빠한테 칭찬을 받고 싶어서 열심히 했는데 칭찬은커녕 틀린 걸 지적하고 반복이나 시켰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15쪽)


누나나 나처럼 아이도 지금 있는 이곳에서 잘 버텨주었으면 좋겠다. 다만, 힘이 들 땐 언제라도 힘들다고 말해야 한다. 힘들다고 말을 해야 그 소리를 듣는 비둘기가 나타나는 법이다. (70쪽)


그런데 형님이 정색을 하는 거야. 나한테 “너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말고, 네 딸아이들한테도 그런 말 하지 마라”고 하더라고. (157쪽)


그러고 보니, 아까 수업 시간에 나한테 말했던 학생은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을 하면서도 무척 조심스러워 했지. 나는 그간 학생과 가깝다고 생각했고, 그들의 마음을 다른 어른들보다 잘 알며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오십보백보로구나. (190쪽)



  아이는 자랍니다. 아이는 크게 자라지도 작게 자라지도 않습니다. 저 스스로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랐으니 이처럼 느끼고, 저 스스로 두 아이를 돌보는 나날을 보내면서 이 대목을 물씬 느낍니다.


  참말로 아이들은 ‘크게도 작게도’ 자라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늘 ‘아이로서’ 자라고 ‘아이답게’ 자라며 ‘아이스럽게’ 자라요.


  아이는 언제까지나 아이입니다. 저는 오늘 어른이란 몸이지만, 우리 어버이가 저를 볼 적에는 노상 아이입니다. 제가 갓 태어날 무렵부터 지켜본 둘레 어른한테도 저는 아이일 테지요. 우리 집 아이들도 그래요. 우리 집 아이들이 무럭무럭 커서 어른이란 몸이 되더라도 저한테는 한결같이 아이로 다가오겠지요.


  아이하고 보낸 하루를 담은 《아이를 크게 키운 고전 한마디》(김재욱, 한솔수북, 2020)를 읽었습니다. 글쓴님은 열린배움터에서 젊은이를 가르치면서 집에서는 아이들을 마주한다지요. 그런데 책에 적은 줄거리로 보건대 글쓴님은 아이들하고 복닥일 틈이 퍽 적은 듯합니다. 아무래도 바깥일을 오래할 테니 아이들하고 적게 복닥일 테고, 여러모로 배움길을 꾸준히 나아갈 테니 아이들하고 조금 부대끼겠구나 싶습니다.


  늘 아이하고 살림하고 살아간다면, 아이를 다그칠 일도 닦달할 일도 없어요. 아이는 언제나 아이답게 차근차근 자라거든요. 어느 아이는 일찍 철들고 어느 아이는 늦게 철든다지만, 뭐 나이 마흔이 되어 철이 안 들어도 좋아요. 아이 스스로 착하고 참되며 곱게 하루를 누리는 마음이면 넉넉하거든요.


  다시 말하자면, 글쓴님 스스로 아이를 너무 서두르는 눈으로 바라보는구나 싶습니다. 느긋하게 가야지요. 널널하게 놀아야지요. 어린 나날 놀지 못한 채 배움터에 붙들려 열린배움터만 바라본다면, 아이스러움을 품은 상냥하면서 빛나는 어른으로 서기 어렵습니다. 놀지 못한 아이는 일하지 못해요. 신나게 놀지 못한 아이는 기쁘게 일하며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라지 않아요. 《아이를 크게 키운 고전 한마디》를 읽는 내내 이 책은 ‘아이를 돌본 옛말’ 이야기라기보다는 ‘어른인 글쓴님 스스로 다스린 옛말’ 이야기였다고 느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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