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42


《고물상장부》

 편집부 엮음

 한국특종물업연합회

 1983.



  이제는 책집은 ‘책을 다루는 일’로 오르지만, 예전에 헌책집은 ‘책을 다루는 일’이 아닌 ‘고물업’으로 올라야 했다고 합니다. 새책도 헌책도 모두 책인데 세무소에서는 헌책집만 ‘고물업’으로 올렸다지요. 헌책집을 드나드는 적잖은 이들은 헌책집이 ‘고물업’으로 오른 줄 알고는 꽤나 얕보았습니다. 헌책집 이야기를 쓰는 이들도 비슷했습니다. 헌것을 다루는 일꾼을 우리 터전에서 얕보았으니 고물업도 헌책집도 나란히 얕본 셈입니다. 앞에서는 “모든 일은 고르다(직업에 귀천이 없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속내로는 일감을 놓고 위아래로 가른 꼴이지요. 헌책집에서는 한 사람이 책을 사들이지만, 책숲(도서관)에서는 숱한 사람이 책을 만집니다. 책결로 보자면 책숲에 있는 책이야말로 낡거나 너덜너덜합니다. 그러나 책숲을 찾아가는 사람치고, 또 책숲에서 일하는 사람치고, 책숲에서 ‘고물·헌책’을 다룬다고 여기지 않아요. ‘도서관 장서’라 하지요. 《고물상장부》를 보았습니다. 이런 책이 있는 줄 2020년 가을에 이르러 처음 압니다. 겉에 ‘응암 110-11’에 있는 ‘국일사’ 이름이 있습니다. 헌종이랑 헌쇠를 다독여 새살림으로 빚는 발판이 고물상이요, 손길을 보태어 책을 새로 빛내는 곳이 헌책집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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