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생존 탐구 - 출판평론가 한미화의 동네책방 어제오늘 관찰기+지속가능 염원기
한미화 지음 / 혜화1117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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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49



《동네책방 생존 탐구》

 한미화

 혜화1117

 2020.8.5.



생각해 보면 나의 읽기는 동네책방과 더불어 자랐다. 소도시 변두리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내가 처음 만난 서점은 버스정류장 근처 고갯마루에 있던 작은 책방이다. (4쪽)


동네책방이 필요한 독자는 대략 두 가지 유형으로 거칠게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책을 좋아하는 독자다. 이들은 험한 파도를 헤치고 등대를 정박하는 배처럼 동네책방으로 모여든다 … 또 언젠가부터 책과 냉담하게 거리를 유지하며 비독자로 살았던 이들이 있다. 가끔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책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33쪽)


하지만 최윤복 대표가 꾸린 〈완벽한 날들〉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속초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완벽한 날들〉에 짐을 풀고 조용히 책을 읽고, 골목길을 산책한다. 호수에서 부는 바람을 느끼고, 쨍한 바닷가의 하늘을 보며 고요히 하루를 누린다. (75쪽)



  이름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이름하고 얽힌 생각이나 마음이 같이 흐릅니다. ‘오래되었구나’하고 ‘깊다’하고 ‘낡다’하고 ‘구식’은 서로 나타내려는 생각이며 마음이 다릅니다. ‘시골’하고 ‘촌’도, ‘마을’하고 ‘동(洞)’도 다르지요. 예부터 우리가 살던 터전은 ‘마을·고을·말·골’이었으나, 총칼을 앞세운 이웃나라가 쳐들어오면서 ‘동(洞)’이란 이름을 써야 했습니다. 그런데 총칼나라에서 풀려낸 뒤로 ‘사직동·도화동’을 적어도 ‘사직마을·도화마을’로 고치지 못했고, 더 나아가 ‘복사마을(←도화동)’이나 ‘밤골(←율목동)’처럼 돌려놓지 못했어요.


  이제는 좀 달라질 수 있을까요? 마을이웃을 생각하고, 마을배움터를 헤아리며, 마을길을 살피고, 마을사람으로 즐겁게 어울리고, 마을가게를 가꾸고, 마을책집을 노래하는 길에 설 수 있을까요? 《동네책방 생존 탐구》(한미화, 혜화1117, 2020)를 읽는 내내 아쉬웠습니다. 이 책에 깃든 글은 진작에 ‘아침독서신문’으로 읽기도 했습니다만, ‘책집으로 나서는 길’이 아닌 ‘책집이 살아남을 길’을 바라보려는 이름을 붙이면, 그야말로 ‘죽느냐 사느냐’ 하는 갈림길에 매이기 마련입니다.


  먹고사는 길도 대수롭겠지요. 그런데 먹고살기(경제성장)에 매달리는 나라는 어떤 길을 걸었을까요? 먹고산 다음에 삶과 살림과 사랑을 생각하자면, 그때에는 참으로 늦지 않을까요? 덜 먹더라도 조금조금 나누는 길을 가면 즐겁지 않을까요? 덜 먹지만 서로 나누면서 얼크러지는 마을길을 가면 아름답지 않을까요?


  도서정가제란 이름이지만, 좀 뜬구름 같아요. 왜냐하면, 책마을을 오래 쳐다본 사람이라면 이 이름에 서린 뜻을 알 테지만, 책마을을 굳이 안 들여다본다든지, 가끔 책을 사다 읽는 사람한테는 참 낯설고 어려운 이름인 ‘도서정가제’입니다. ‘공급율’도 쉬운 이름이 아닙니다. 생각해 봐요. 마을가게가 살면서 마을살림을 북돋우려면, 마을에 덤터기를 씌워서는 안 되겠지요. 마을이 무너지면 어찌 될까요? 이때에는 나라(정부)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종살이를 하거나, 돈·이름·힘을 혼자 차지한 큰일터(대기업)가 휘두르는 대로 얌전히 종살림을 하기 마련입니다.


  책이야기(출판평론)를 펴는 분으로서 《동네책방 생존 탐구》 같은 책을 썼기에 반갑습니다만, 스스로 붓꾼(지식인) 아닌 마을사람 자리에 서서 바라보는 눈썰미였다면 사뭇 다르게 이야기를 폈으리라 느낍니다. 마을책집을 가꾸는 일꾼은 먼나라 사람이 아닙니다. 이웃입니다. 동무입니다. 사뿐히 찾아가서 책을 만나도록 이끄는 이웃이자 동무인 책집지기입니다.


  우리는 먹고살 뜻으로만 책을 읽지 않고, 책을 쓰지 않으며, 책을 사고팔지 않습니다. 우리는 삶을 아름답게 즐기는 사랑어린 살림을 하려고 책을 읽고 쓰고 사고판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이 대목이 퍽 얕아서 아쉬워요. 알맞게 벌고, 알맞게 나누어, 알맞게 하루를 즐기려는 마음이기에 나라 곳곳에서 마을책집을 여는 듬직하고 의젓한 이웃님이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먹고사는 걱정은 치워 주셔요. 같이 나누면서 함께 노래하는 책을 손에 쥐어요. 그렇게 하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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