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잇는 길 (2018.9.6.)

― 서울 〈뿌리서점〉



  누가 “책을 알고 싶은데 어느 책집을 가 보면 좋을까요?” 하고 물으면 “첫째로는, 서울 〈뿌리서점〉이고, 둘째로는 인천 〈아벨서점〉입니다. 두 곳에 가셔서 조용히 한나절 책숲에 잠겨 보시면 제가 왜 두 책집에 가시라고 하는 줄을 마음으로 느끼며 스스로 빛나는 눈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하고 대꾸합니다. “저기, 거기 헌책집이라면서요?” 하고 되물으면 “네, 책을 알거나 만나거나 사귀고 싶으시다면, 새책에 앞서 헌책을 먼저 만나고 느껴 보셔요. 헌책을 모르고서는 새책을 알 길이 없고, 새책만 읽어서는 왜 헌책에서 슬기로운 빛이 태어나는가를 영 알아차리지 못해요.” 하고 보태요.


  바야흐로 헌책집 〈뿌리서점〉은 아버지한테서 아들로 잇는 길이 됩니다. 〈뿌리〉를 찾는 책손은 예전부터 “혼자만 일하지 말고 아이들 좀 불러서 같이 일해 봐.” 하고 얘기했고, 〈뿌리〉 아주머니는 “애들이 아버지가 혼자서 힘드니까 도우려고 하면 아예 책집에 얼씬도 못하게 막는다니까요. 아저씨한테 뭐라고 말 좀 해줘요.” 하고 얘기하셨어요.


  이곳을 찾는 숱한 책손이 지기님 몸이 나날이 야위고, 눈이며 다리에 허리까지 몹시 앓는 줄 느끼면서 이런 말 저런 얘기를 들려주었는데, 〈뿌리〉 아저씨는 ‘우리 터전에서 헌책집지기가 얼마나 찬밥·뒷전·손가락질을 받는가’ 하고 안타까워하면서 이녁 아이들은 다른 삶길을 가기를 바랐어요. “나 혼자 안고 가야지. 나까지만 하고 떠나야지.” 하고 곧잘 말씀하셨지요. 이러다 보니 책집 아이들은 책집을 건사하는 길이라든지 책손을 마주하면서 책을 새롭게 바라보고 배우는 길하고 멀찌감치 떨어진 채 자라야 했습니다.


  요즈막에 새롭게 여는 마을책집은 ‘아이들이 마음껏 놀며 책을 누리는 쉼터’ 모습으로 나아갑니다. 책집지기 아이들도, 책손 아이들도, 이제는 마을책집에서 숨을 돌리고 숨을 쉬지요. 어버이는 온삶을 바친 굳은살로 아이들한테 새길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어버이 굳은살을 지켜보면서 새길을 닦습니다. 책집지기는 모두 같아요. 새책집지기라서 헌책집지기보다 낫지 않아요. 누가 높지도 낮지도 않아요. 다같은 책집지기요, 책사랑이며, 책삶이고, 책빛이에요. 저는 모든 마을책집에서 ‘삶을 즐겁고 의젓하게 사랑하는 살림길’을 배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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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サザエさん 19》(長谷川町子, 姉妹社, 1965)

《어딘지 모르는 숲의 기억》(박남수, 미래사, 1991)

《니체-생애》(칼 야스퍼스/강영계 옮김, 까치글방, 1984)

《네 눈동자》(고은, 창작과비평사, 1988)

《중국의학과 철학》(가노우 요시미츠/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철학분과 옮김, 여강, 1991)

《어느 영화감독의 청춘》(첸 카이거/이근호 옮김, 푸른산, 1991)

《도서·인쇄·도서관사》(김세익, 종로서적, 1982)

《Schuhe》(Paul Weber, AT Verlag, 1980)

《beyond the horizon》(National geographic society, 1992)

《Cincinnati scenes》(Caroline Williams, Landfall press, 1962)

《韓國語 ドラマ フレ-ズ》(古田富健·倉本善子, 國際語學社, 2006)

《キクタン 韓國語, 初中級編》(HANA 韓國語敎育硏究會, 2008)

딱따구리문고 28 《바다 밑 2만 리》(베르느/임봉길 옮김, 동서문화사, 1976)

딱따구리문고 73 《철가면》(뒤마/방곤 옮김, 동서문화사, 1976)

딱따구리문고 83 《맨발의 성자 간디》(이튼/박석일 옮김, 동서문화사, 1976)

딱따구리문고 49 《톰 아저씨네 오두막》(스토우/이태동 옮김, 동서문화사, 1976)

딱따구리문고 53 《소공녀》(버어넷/송숙영 옮김, 정한출판사, 1979)

딱따구리문고 84 《플란더스의 개》(위다/송숙영 옮김, 정한출판사, 1979)

딱따구리문고 85 《비밀의 화원》(버어넷/강성희 옮김, 정한출판사, 1979)

딱따구리문고 5 《그림 없는 그림책, 성냥팔이 소녀》(안데르센/곽복록 옮김, 동서문화사, 1976)

딱따구리문고 19 《집 없는 소년》(말로/김인환 옮김, 동서문화사, 1976)

딱따구리문고 33 《로빈슨 표류기》(디포우/유영 옮김, 동서문화사,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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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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