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3 왜 읽을까 ㄴ
‘말에 깃든 삶’을 알려고 읽는 낱말책이니, 낱말책을 엮거나 지을 사람은 ‘낱말 하나마다 어떤 삶이 깃드는가’를 꼼꼼히 두루 널리 골고루 찬찬히 짚어서 담아낼 노릇입니다. 안타깝다면, 우리말꽃 가운데 이렇게 살핀 책은 아직 드뭅니다. 다들 낱말 부피를 더 늘리는 데에 치우치면서, 서로서로 베끼고 말아요. 이러다 보니, 글꾼도 처음에는 낱말책을 읽으려고 곁에 두다가 이내 밀치지요. 낱말책다운 낱말책이 없다고 여겨 아예 안 쳐다보기까지 합니다. 글꾼만 나무랄 수 없습니다. ‘말꾼(국어학자)’을 나란히 나무라야 합니다. 스스로 낱말풀이하고 보기글을 새롭게 붙일 뿐 아니라, 쓰임새하고 말결을 깊게 짚어서 글꾼이 기쁘게 읽을 만하도록 엮는 길을 아주 벗어나 버렸거든요. 무엇보다도 오늘날 웬만한 말꾼은 열린배움터를 마치마자마 일터에 깃들었을 뿐, 정작 스스로 삶을 지은 나날이 없다시피 합니다. ‘말을 다루지만 말에 깃든 삶을 손수 지은 나날이 없이 달삯쟁이(월급쟁이)’ 노릇만 하는 말꾼이 너무 많다 보니, 낱말책이 하나같이 엉성하겠지요. 말꾼은 말만 알아서는 안 됩니다. ‘말에 깃든 삶’을 알아야 하고 ‘삶이 깃든 말’을 알아야지요. 낱말책은 이런 두 얼거리를 슬기롭게 읽어서 새롭게 가꾸려고 읽습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