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흔들리지 않을 푸른꽃 (2019.9.24.)

― 서울 〈책방 사춘기〉


  바깥일을 보려고 서울마실을 합니다. 마침 2019년 한가을에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이 태어납니다. 새로 태어나는 책을 펴낸곳 일꾼하고 기리면서 저녁을 함께할 생각입니다. 저녁자리에 앞서 찻집 〈커피 문희〉에 들릅니다. 예전에는 달림벗(자전거 벗)으로 만났다면, 이제는 찻집손님으로, 또 서울마실길에 만나는 얘기벗으로 만나는 분이 커피를 내리거든요.


  저녁자리에 때맞춰 가야 하니 틈이 밭습니다만, 마을책집 〈책방 사춘기〉에 들러서 책 한 자락을 장만하자고 생각합니다. 저녁빛이 드리우는 골목을 걷습니다. 서울에서 저녁별을 보기는 어렵지만, 저쯤에 틀림없이 그 별이 있을 테지 하고 생각하면서 하늘바라기를 합니다. 서울에서 밤별을 헤아리는 이웃님이 얼마나 될는지 몰라도, 아마 밤별을 마음에 담아 하루를 아늑히 마무리짓고서 기쁘게 아침을 꿈꾸는 분이 많을 테지 하고도 생각합니다.


  아무리 복닥이는 서울 한복판이어도 골목 안쪽은 고즈넉합니다. 아무리 사람이 물결치는 서울 한가운데여도 마을길은 한갓집니다. 저는 푸른배움터를 다닐 적부터 길을 걸으며 책을 읽었어요. 열린배움터에 들어갈 뜻으로 책을 쥐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물음종이(시험지)에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 마음을 오롯이 이 푸른별을 사랑하는 조촐한 길을 찾는 숨결로 채우고 싶어서, 아직 자그맣고 이름없고 힘없는 푸름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씨앗이 되어 이 땅에 푸른숲을 이루는 걸음 한 자락이 되고 싶어서, 집하고 배움터 사이를 걸으며 책을 읽었어요. 흔들리고 어둑어둑한 함씽씽이(버스)에서도 책을 읽었지요.


  흔들리고 어두운 함씽씽이를 타고 책을 읽으면 눈 버리지 않느냐고 걱정하는 어른이나 동무가 있었지만, 외려 멍하니 있을 적에 눈이 버릴 듯하다고 대꾸했습니다. 길에서고 함씽씽이에서고 책이 들려주는 너른 삶길을 헤아리노라면 눈은 한결 밝을 테고 마음은 더욱 자라리라 여겼어요.


  어린책은 어린이랑 어깨동무하면서 누리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푸른책은 푸름이하고 손잡으면서 즐기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책·푸른책은 다같이 사랑이 되어 살림을 슬기롭게 가꾸는 몸짓으로 피어나려는 뜻으로 쓰고 읽고 나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는 숲입니다. 어른도 숲입니다. 숲은 아이 같습니다. 숲은 어른스럽지요. 두 결을 함께 품는 숲이면서 책이자 사람이고 삶이지 싶어요. 누구나 스스로 생각을 가꾸려는 마음이 되면 모든 말을 즐겁고 아름답게 짓는 하루가 된다는 줄거리를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에 담으려 했어요. 제 푸름이 나날을 떠올리면서 오늘 푸름이로 살아가는 동무이자 이웃한테 건네고 싶어 이 말꽃을 썼어요.


《수상한 해적선의 등장》(구도 노리코/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9.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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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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