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32


《열아홉의 절망 끝에 부르는 하나의 사랑노래》

 정도상 글

 녹두

 1990.9.15.



  1980년대가 저물 즈음 ‘청소년 영화’가 갑작스레 봇물터집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그때까지 나라나 마을에서 어린이·푸름이를 헤아린 일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어린이책이나 푸른책은 아예 없었다고 해야 옳습니다. 어린이를 내세운 꾸러미(전집) 장사라든지 배움책(학습지) 장사는 수두룩했어요. 마음이 맞는 동무하고 곧잘 영화를 보러 갔는데, 이미연 님이 나온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는 인천 주안에 있던 시민회관에 발디딜 틈조차 없이 사람들이 몰렸어요. 동무하고 저는 ‘선자리(입석)’로 겨우 끼어들었어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동무하고 기찻길(수인선)을 밟고 걸으며 “야,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이야기는 아니다. 별나라 얘기 같다.” “서울은 학교가 저런가?” “영화가 언제 우리 삶을 담아낸 적이 있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 아니다.” 같은 말을 나눴습니다. 1991년에 영화로 나온 《열아홉의 절망 끝에 부르는 하나의 사랑노래》도 그랬어요. “야, 우릴(푸름이) 뭘로 보고 영화를 저 따위로 찍냐?” “아예 없는 얘기는 아닐 테지만, 구름나라 얘기 같다.” 이러구러 스물 몇 해 흐른 어느 날 헌책집, 안성기 님한테 글님이 건넨 책을 만납니다. 글을 쓰고 영화를 찍은 그분들한테 푸름이는 장사이지 않았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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