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284


《소케트군 4》

 김성환 글·그림

 고려가

 1988.3.30.



  2000년대를 넘어서고 2020년대를 지나가는 무렵에 동화나 만화를 그린다면, 씽씽이(자가용)에 잿빛집(아파트)에 손전화에 보임틀(텔레비전)에 누리놀이에 배움불굿(입시지옥)에 …… 이런 여러 가지를 바탕으로 깔려나요? 그러나 우리 집에서는 이 가운데 어느 하나도 삶에서 바탕이 되지 않습니다. 걷거나 달림이를 타며, 보임틀을 안 키우고, 우리 집 아이들한테 손전화를 주지 않습니다. 《소케트군 4》을 새삼스레 되읽다가 생각합니다. 이 만화책에 흐르는 살림새는 1960∼80년대일 텐데, 2020년대란 나날을 살아가는 눈으로는 어떤 빛이 될까요? 작은아이는 《소케트군》을 놓고서 “응, 이 책은 봐도 봐도 재미난 만화야.” 하고 얘기합니다. 네칸 얼개로 짠 이 만화는 어떻게 기나긴 날을 가로지르고도 어느 시골아이 눈빛에 보고 또 봐도 재미난 만화가 될 만할까요? 어른들은 어려운 말씨로 ‘일상생활’이라 하지만, 꼬박꼬박 배움터에 나가고 배움책을 펴고 물음종이를 풀고 남 앞에서 멋져 보이는 옷차림을 하고 새 손전화를 갖추고 누리판을 누비고 …… 그래야 여느 삶일까요? 오늘날 우리만화가 담아내는 ‘삶’은 얼마나 삶다울까요? 길을 잃고 헤매어도 삶입니다만, 오늘날 이 나라 모습이며 만화는 영 어떤 꿈사랑도 없는 듯합니다. ㅅㄴㄹ



“아버지! 시계는 왜 왼손에 차죠?” “바른손은 항상 쓰는 손이라서 그렇단다.” “바른손, 왼손, …… 문어는 어느 게 바른손이고 왼손이죠?¨ (126쪽)


“너 왜 그런?” “……” “신난다, 신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니?” “세계탁구대회서 남자는 지고 여자는 이겼다고 저 야단야.” (127쪽)


“벌써 싸늘해졌다. 그럼 연탄 걱정을 해야겠군. 겨울이 싹 없었으면…….” “겨울은 딱 이틀만 있으면 돼요.” “이틀은 왜?” “눈오는 크리스마스 날 전후를 위해서요.” (175쪽)


“우리 개집 너희 것보다 크지?” “조금만 기다려라 …… 어떠냐?” (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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