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27.


《풀이 나다》

 한나 글·그림, 딸기책방, 2020.9.21.



서울 사는 분들이 풀꽃나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어 글이나 그림을 짓고 책을 펴내는 길이 반가우면서 살며시 아쉽다. 조금 더 풀꽃나무를 마음으로 품고서 글이나 그림을 지으면 어떻겠느냐고 물으려 한다. 오늘까지 맞아들이고 바라보며 담은 글이나 그림도 나쁘지 않지만 좀 모자라다고 느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네 철뿐 아니라, 적어도 열 해를 마주한 뒤에 풀어내면 좋겠다. 왜냐하면, 옛말이 그렇게 알려준다. “열 해이면 들숲이 바뀐다”고 하지.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를 다녀야 하는 열두 해가 아닌, 살림길을 닦는 “들숲이 바뀌는 열 해”를 바라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열 해’란 나무씨 한 톨을 심어서 열매를 얻기까지 드는 날이다. 《풀이 나다》를 펴면서 이 그림책이 제법 삭히고 묵히며 가다듬은 줄거리이지만 조금 더 삭히고 묵히며 가다듬으면 얼거리나 실마리가 사뭇 달랐으리라 본다. 이 그림책이 나쁘단 뜻이 아니다. 예전에 이효리가 알림이로 나와서 퍼뜨린 말 ‘2퍼센트 모자라다’는 말처럼 살짝 밍밍하다. 풀이 돋고, 온풀이 바로 우리 스스로인 줄 알았다면, 우리가 모두 이 별이요, 서로 사랑스러운 숨결인 줄 오롯이 마음으로 헤아려 ‘어른끼리’만이 아니라 ‘아이랑 어깨동무할’ 길로 그려 주시기를.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