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14.


《잃어버린 고대문명》

 알렉산더 고르보프스키 글/김현철 옮김, 자작나무, 1994.3.15.



어제 작은아이하고 대나무를 베어서 손질했다. 해마다 무럭무럭 자라는 작은아이는 나무 손질을 제법 잘한다. 어제에 이어 오늘 작은아이는 대나무를 톱으로 켠 다음 도끼로 쪼갠다. 대나무널을 잔뜩 마련하는데, 뭘 하는가 하고 지켜보니 마루에서 섬돌을 거쳐 뒷간으로 오가는 길에 맨발로 디딜 ‘대널길’을 꾸미려 하네. 어제 매우 굵은 대나무를 베어서 날랐는데 이 하나로는 모자라겠다. 석석 썰고 통통 쪼개는 소리가 싱그럽다. 전기를 먹는 연장을 쓰면 소리가 사납지만, 손으로 다루는 연장은 소리가 맑고 투박하면서 언제나 노래로구나 싶다. 《잃어버린 고대문명》을 큰아이가 먼저 읽었다. 조금 더 깊이 파고들지 못한 대목이 아쉽지만, ‘남은 책’을 바탕으로 옛자취를 살피는 이들은 아무래도 깊이 헤아리지 못하기 일쑤이다. 그래도 꽤 땀흘려 갈무리한 손길을 느낄 만하다. 글쓴님이 틈틈이 밝히기도 하지만, “잃어버린 옛살림”이라기보다 “일부러 없앤 옛살림”이라 해야지 싶다. 먼먼 옛날부터 슬기롭게 살림길을 지었으나, 이 살림길이 모든 사람이 넉넉히 누리면서 걱정없는 사랑길로 이어지기에 주먹꾼·돈꾼·이름꾼은 이 살림살이를 박살낸다지. 돌림앓이로 보내는 2020년이 저물 즈음 우리는 어떤 삶길을 생각할 만할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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