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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
전김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42
《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
전김해
지식과감성
2020.4.24.
사자는 책을 덮고 혼자 중얼거렸어요. ‘작은 생쥐가 밀림의 왕인 나를 구해 줄 수 있다니, 이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야.’ (10쪽)
“바다에도 사자가 살고 있다고? 이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야.” 사자는 혼자서 중얼거렸어요. (32쪽)
“천박한 땅의 세계 사람이라고요? 나무꾼님은 이 대자연의 리듬을 유지해 주는 숲속의 대장인걸요. 나무와 꽃들, 온갖 동물들이 나무꾼님의 조화로운 돌봄 아래서 만족스럽게 살아가고 있어요.” (94쪽)
“아버지! 이들이 나무꾼님을 만나도록 일부러 꾸몄을지라도, 결국 나와 나무꾼님이 사랑해서 이루어진 일이에요.” (136쪽)
“더 이상 줄 수가 없다. 천 번 만 번 기회를 주어 다시 하늘 세계로 돌아오게 하여도 너는 모자라서 다시 땅의 세계로 돌아가게 될 뿐이다.” (160쪽)
뚜벅뚜벅 걸어다니는 오늘, 어떻게 두 다리를 놀려 걸을 수 있었나 하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다리를 절거나 다칠 적에 새삼스레 돌아보지요. 갓 태어나 어버이 품에서 천천히 자라는 동안 ‘나만 빼고 다 걸어다니네?’ 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언제 저렇게 걸으려나?’ 하는 생각을 잇고 ‘저 사람들(어른)이 걷는 몸짓을 잘 보자. 잘 보면서 그 몸짓을 마음에 새기고 이 몸에 기운을 끌어올리면 걷는 날이 오겠지?’ 하면서 하루를 보내었지 싶습니다.
우리가 아기였을 적을 떠올릴 수 있을까요. 어머니 몸에서 천천히 자라다가 어머니 몸에서 나와 ‘다른 몸’으로 살아가려고 마음을 다진 날을 되새길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어머니 몸에서 자라다가 바깥으로 나와서 새롭게 이 삶을 누리는 ‘어버이하고 다른 넋’이 될 수 있었을까요?
생쥐를 생쥐로만 바라보던, 아니 ‘늘 아는 대로’만 생각하던 사자가 있었다고 해요. 이 사자가 어느 날 ‘여태 생각하지 못한 길’을 처음으로 마주하면서 하루를 새롭게 살아간다는 줄거리를 들려주는 《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전김해, 지식과감성, 2020)을 읽습니다. 사자뿐 아니라 생쥐로서도 여태 생각하지 못한 일이 많겠지요. 처음 보고, 처음 느끼고, 처음 맞닥뜨리면서, 처음으로 해보는 일도 많을 테고요.
낯설기에 고개를 저을 수 있습니다. 낯설기에 선뜻 나서면서 해볼 만합니다. 아직 모르니 섣불리 안 다가설 만합니다. 아직 모르니 기꺼이 다가서면서 즐길 수 있어요. 뭔가 자꾸 어긋나니 고개를 떨구면서 손사래치곤 합니다. 뭔가 자꾸 어긋나기에 더욱 기운을 내어 ‘자, 그러면 이다음에는 어떻게 새로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활짝 웃기도 합니다.
두 갈래 가운데 어느 쪽으로 가든 우리 삶입니다. ‘잘’이나 ‘안’이 아닌, 잘되고나 안되고가 아닌, 언제나 새로 맞이하는 살림이지요. 그나저나 《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은 사자하고 생쥐에다가 나무꾼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틀을 넓히는데요, 조금 가볍게 살을 덜어 단출히 엮으면 어떠했을까 싶습니다. 그림책 《생쥐와 고래》가 있어요. 아모스와 보리스 둘이 얼크러지는 깊고 너른 이야기처럼 사자하고 생쥐 사이에서도 생각날개를 활짝 펼치면서 이야기꽃을 엮는다면 한결 좋겠다고 봅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