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정진오 지음 / 도서출판 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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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책으로 삶읽기 619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인천》

 정진오

 가지

 2020.7.22.



‘인천 송도 앞바다 매립 신도시 조성’ 기공식에는 대통령이 참석했다. 비가 내렸다. 당시 사진을 보면 YS는 경호원이 우산을 뒤에서 씌어 주고 있는데 최기선 시장은 우산 없이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뒤로도 대통령들은 송도에서의 큼지막한 행사에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송도국제도시는 인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매우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20쪽)


2015년 인천시와 군 당국이 협의해 낮 시간에는 일반인도 문학산 정상을 드나들 수 있도록 개방했다. (26쪽)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인천》(정진오, 가지, 2020)를 읽다가 문득 책뒤를 보니, ‘전쟁의 아픔을 딛고 대한민국 산업화를 견인한 국제해양도시 인천’이란 글월이 있다. ‘국제해양도시’란 이름을 인천사람이 쓸까? 인천시장이나 인천 국회의원이 겉발림으로 내세우는 이름이지 않은가? ‘대한민국 산업화를 견인’했다는 말을 섣불리 할 만한가? 인천이란 고장은 서울이며 경기에 공산품을 흩뿌리는 공장마을로 굴러야 하면서 얼마나 오래도록 매캐한 바람에 쓰레기물에 먼지에 시달렸는데. 글쓴님은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충남대학교를 다닌 다음, 1995년부터 인천에서 기자로 일하며 인천을 바라본다고 한다. 아, 그렇구나. 1995년 앞서까지 인천이 어떤 곳인가를 겪은 적도 느낀 적도 본 적도 마주한 적도 없구나. 인천을 문학이나 영화로 엉뚱하게 그려서 돈벌이를 한 이들이 여럿 있다. 다만 이들이 그린 인천이 엉뚱하다 하더라도 ‘끼리끼리 그들잔치’인 그들 삶이었다면 뭐라 꾸지람을 하기도 나무랄 수도 없다. 골목집에서 살지 않은 그들이 인천에서 무엇을 알까. 골목놀이를 하며 자라지 않은 그들이 인천에서 무엇을 말할까. 다른 고장도 학교나 길거리에서 주먹다짐이 춤추었다지만, 인천은 2010년대가 넘어섰어도 학교에서 버젓이 체벌이란 이름으로 아이들을 몽둥이로 두들겨팼다. 똑똑하거나 돈이 있으면 하루라도 빨리 서울로 보내거나 떠나는 뜨내기 터전이 된 인천이요, 덜 똑똑하거나 돈이 없기에 인천을 못 벗어나는 이들은 조용조용 서로서로 보듬으면서 이 고장이 매캐한 먼지바람이 아닌, 부디 골목에 두루 햇살이 스미어 조금씩 나누어 누리듯, 다같이 조촐히 지낼 수 있기를 꿈꾸었다고 느낀다. 이 나라 어디를 가 보더라도 인천처럼 골목길이며 골목마을이 드넓은 데가 없다. 어쩔 길 없지만, 워낙 숱하게 많던 공장이라, 그 공장 일꾼이 골목마을을 이루며 살았고, 이 일꾼은 하나둘 ‘서울 회사원살이’를 하는 길로 바뀌거나 새로 생겼다. ‘지옥철’이란 말은 인천에서 서울로 일하러 다닌 사람들이 타던 ‘국철(지하철이 아닌 국철이다)’을 일컫는다. 지옥철을 탄 적이 없는 채 인천을 함부로 ‘국제해양도시’란 이름으로 말해도 좋을까? 글쓴님이 적은 ‘막걸리와 헌책방의 상관관계’ 같은 꼭지를 읽으니, 배다리 책골목으로 책을 즐겁게 사러 자주 드나들지 않았구나 싶다.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인천》이라는 책이름에 걸맞으려면 ‘마실벗이 인천이라는 고장에 있는 책골목에서 어떤 책을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길어올릴 만한가’를 짚어야 하지 않을까? ‘이규보·김구·조봉암·김은호·황영준·배인철·이민창·이동휘·계봉우’ 같은 이름을 들출 수도 있겠지. 그런 이름도 제법 있으니. 그런데 ‘현덕·한하운·함세덕·박두성·그림할머니 박정희·고유섭’ 같은 이름은 건드리지도 못하는구나. 동일방직이라든지, 《어느 돌멩이의 외침》을 쓴 유동우, 《민주깡통을 아십니까》를 쓴 이은영 같은 이름은 아마 아예 모를는지 모르겠다. 글쓴님은 1995년부터 인천에서 기자로 일했으니, 인천사람이라면 가슴이 싸한 이름인 ‘삼미 슈퍼스타즈·청보 핀토스·태평양 돌핀스’에 얽힌 눈물은 한 줄로조차 못 담으리라. 축구장으로 망가져 버린 ‘우리나라 첫 야구장’인 도원야구장(또는 숭의야구장)을 드나든 일은 있을까? 제철소 옆에서 쇳가루를 마셔 본 적이나, 유리공장 곁에서 유릿가루를 마셔 본 적 있을까? 고속도로 어귀나 둘레에서 매캐한 먼지를 마셔 본 적 있을까? 고속도로 때문에 둘로 갈린 한 마을하고 얽힌 생채기를 생각한 적 있을까? ‘선인재단’이란 이름으로 끔찍하도록 인천사람을 괴롭히고 등골을 빼먹으며 거리거리에 주먹잡이(깡패)가 춤추도록 한 백인엽·백선엽 두 놈팡이를 알 턱도 없겠지. 이런 여러 가지가 스민 인천이지만, 한글 점글을 독립운동하는 마음으로 지은 박두성 님이라든지, 아버지 박두성을 도우며 점글로 책을 찍고, 유치원을 돌보았고, 아이들을 모두 키워내고서 예순 넘은 나이부터 붓을 잡고 물빛그림(수채화) 살림꽃을 피운 박정희 님 같은 손길이 바로 인천을 이야기하는 ‘인문’이라고 느낀다. 인문이란 책이나 신문에 적힌 일본 한자말스러운 어렵고 딱딱한 말씨로 갈무리하는 논문이 아닌, 마을사람이 마을살림을 사랑으로 가꾸면서 지핀 이야기꽃일 테니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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