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깊이 - 강요배 예술 산문
강요배 지음 / 돌베개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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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책으로 삶읽기 620


《풍경의 깊이》

 강요배

 돌베개

 2020.9.11.



가슴 한복판에 변치 않는 그 무엇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 똬리에서 울리는 소리를 따라 방황해 온 궤적의 흔적이 바로 내 그림들이다. (12쪽)


오늘의 삶은 더욱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흘러간다. 예각화된 자극이 도처에 넘쳐나고 무한대의 정보가 교차하고 명멸한다. 우리네 삶을 외부로부터 규정한 거대한 계획들이 쉼없이 세워지고 집행된다. (24쪽)


고난의 땅을 온 육신으로 일구어 흙과 하나된 저 제주의 할머니, 저분이 스러지면 누가 이 대지를 어루만질 것인가? (34쪽)



《풍경의 깊이》(강요배, 돌베개, 2020)를 읽었다. 강요배 님 그림은 어린이책 샛그림으로 처음 만났고, 길거리에서 으레 보았으며,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으로 일하던 무렵 둘레에서 여러 그림을 보여주었다. 모든 글은 삶에서 비롯하듯, 모든 그림도 삶에서 비롯한다. 잘 쓴 글이 없듯 잘 그린 그림은 없다. 삶을 어떻게 담아내려는 눈길인가 하는 대목만 다르다. 스스로 어떻게 살며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이야기가 글·그림에 녹아든다. 강요배 님 그림을 서른 해 즈음 보았는데, 늘 한켠이 쓸쓸하다. 그저 사랑하기보다는 으레 이 목소리가 불거져야 한다는 생각이 그림에 흐르니 쓸쓸하다. 제주 할머니는 제주 흙하고만 하나될까? 제주 풀꽃나무에 제주 하늘에 제주 바람하늘에 제주 물결에 제주 풀벌레랑 새하고 하나된 길이지 않을까? 할머니가 어루만지는 ‘흙’이듯, 이 흙을 이룬 데는 ‘땅’이다. ‘大地’가 아니다. 붓끝에서 힘을 녹이거나 풀어내면서 맨손으로 아이들 소꿉놀이처럼 풀꽃나무하고 흙알갱이를 더 신나게 쓰다듬으면 좋겠다. 글에도 흙내음 풀내음 바람내음 바다내음 풀벌레 노랫가락 내음을 담아낼 수 있기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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