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같이 읽는 그림책 (2018.3.8.)
― 전주 〈책방 같이:가치〉
2018년 봄을 앞두고 ‘그림책공작소’ 지기님이 자동차를 몰다가 길에서 크게 다쳤다고 들었습니다. 여러 마을책집에서는 ‘공작소장 돕기’로 ‘그림책공작소 그림책 팔기’에 나섰고, 이참에 전주마실을 해서 〈책방 같이:가치〉에서 그림책을 장만하자고 생각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하루하루 자라며 그림책 말고 글책도 곧잘 읽지만, 그림책은 꾸준히 살피고 읽고 장만합니다. 그림책은 ‘0살부터 100살까지 읽는’ 책이라기보다는 ‘언제나 삶을 새롭고 푸르게 마주하도록 상냥하게 이야기꽃을 지피는’ 책이라고 느끼기에 즐거이 만납니다. 앞으로 우리 집 아이들이 어른이 되더라도, 제 나이가 100살에 이르더라도 만화책이며 그림책을 꾸준히 읽을 생각이에요. 어린이 마음으로 삶을 노래하는 책은 누구나 같이 읽는 이야기꾸러미인걸요.
하루치기로 전주에 다녀오려고 새벽같이 길을 나섰습니다. 그림책을 주섬주섬 등짐에 챙기고서 순천을 거쳐 고흥으로 돌아오자니 한밤입니다. 찻삯을 제법 쓰고 길에서 꽤 오래 보냅니다. 여러 가지를 헤아리자면, 이 길돈을 책값으로 돌려 누리책집에서 쓰면 그림책 열 자락은 너끈히 더 살 만합니다. 그런데 마실을 나서며 생각을 차분히 추스를 겨를이 납니다. 집으로 돌아오며 그림책을 하나하나 느긋이 누립니다. 보금자리에 돌아간 다음 아이들하고 어떤 이야기랑 생각을 새롭게 펴면 재미날까 하고 더 생각날개를 팔랑입니다.
마음꽃 열두 달을 노래하는 그림책처럼, 살림꽃 열두 달이나 시골꽃 열두 달을 갈무리해도 뜻있으리라 생각해요. 저는 열두 달 이야기를 동시로 쓰고 아이들은 열두 달 소꿉놀이랑 숲빛을 그림으로 담으면 새로운 책이 태어날 만하지 싶어요.
모두 튼튼하기를 바라요. 다친 일이 있다면 몸을 천천히 달래면서 한결 든든하게 일어서면 좋겠어요. 빛나는 하루를 그리고, 밝은 마음이 되기를 빌어요.
《마음꽃 열두 달》(한태희, 한림출판사, 2017)
《어떡하지?》(팽샛별, 그림책공작소, 2017)
《사라지는 동물 친구들》(이자벨라 버넬/김명남 옮김, 그림책공작소, 2017)
《로켓 펭귄과 끝내주는 친구들》(예쎄 구쎈스/마리예 툴만/김서정 옮김, 그림책공작소, 2014)
《안녕하세요》(카타리나 소브럴, 그림책공작소, 2017)
《야호! 비다》(린다 애쉬먼·크리스티안 로빈슨/김잎새 옮김, 그림책공작소, 2016)
《실수왕 도시오》(이와이 도시오/김숙 옮김, 북뱅크, 2017)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허은미·김진화, 여유당, 2018)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