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9.14.


《꽃밥》

 정현숙 글·김동성 그림, 논장, 2020.1.28.



마당에서 작대기를 쥐고서 노는 작은아이. 이 작대기에 날개 짧은 매미가 문득. 앉았단다. 매미이든 잠자리이든 나비이든 두 날개는 똑같아야 한다. 한 날개가 크거나 작다면 못 날거나 비틀거린다. 날개만 둘 있어야 하지 않다. 날개는 나란히 있어야 한다. “그렇게 오래 꿈꾸다가 비로소 거듭났는데 그만 마지막에 마음을 놓쳤나 봐. 그렇지만 매미란 몸으로 태어났으니 다음에는 다시 꿈꾸면서 마지막까지 끈을 놓지 말자고 얘기해 주자. 후박나무 곁으로 데려가서 놓아 주면, 비록 날지는 못해도 다리로 기어다니면서 매미로서 삶을 보내리라 생각해.” 바야흐로 구월이 무르익으면서 나락을 베는 논이 있지만, 웬만한 논은 볕을 더 먹이려고 하지 싶다. 올해에는 여름 내내 햇볕이 매우 적었다. 비를 머금고 바람을 마셔도 해가 적으면 나락이 시들하지. 《꽃밥》은 벼꽃이 벼알(볍씨)로 거듭나는 길을 들려준다. 나락 한 톨을 투박한 손길로 흙에 묻어 거두는 숨결에 흐르는 빛살을 보여준다. 애틋한 그림책이라고 본다. 이런 그림책이 태어나면 반갑다. 다만, 그림책 곁에 논밭이며 숲이 있으면 좋겠다. 서울 한복판에서 찻길이며 높다란 시멘트집을 걷어내고서 풀밭을 꾸미면 좋겠다. ‘광화문 너른터’가 아닌 ‘광화문 풀숲’이 되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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