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란 무엇이고 글쓰기란 무엇일까요?

‘글을 쓰는 길’을 놓고서

조금 더 부드러이 밝히려 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같은 때에는

서로 만나기 어려운 만큼,

이렇게 누리판에서 누리집에 띄우는 글로,

이야기를 엮으려고 합니다.


이렇게 갈무리하고서

《나는 글쓰는 사람입니다》란 이름을 붙여

‘글을 쓰는 길’ 이야기를

책으로 여미려고 생각합니다.

즐거이 누려 주셔요.


+ + +


[나는 글쓰는 사람] 3. 배우고 싶은 길



  몇 시에 눈을 뜨고 일어나고 싶다면 ‘몇 시에 일어나야지’ 하는 마음을 어디엔가 새깁니다. 누구는 이 마음을 몸에 새깁니다. 몸에 이 마음을 새기면 딱 그때가 되어 저절로 눈을 뜨고 일어나요. 누구는 이 마음을 시계에 새깁니다. 시계에 이 마음을 새기면 딱 그때에 시계가 울리기를 기다리면서 귀를 쫑긋 세우는 몸이 되어요. 다만 이때에는 몸 아닌 시계에 마음을 새겼기에 시계가 울릴 적에 귀찮아하거나 미루려는 생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몸에 걱정이라는 마음을 새기면 몸은 우리가 새겨 놓은 걱정이라는 생각에 맞추어 움직입니다. 몸에 기쁨이라는 마음을 새기면 몸은 우리가 아로새긴 기쁨이라는 생각에 따라 움직여요. 몸에 무엇을 새겨 볼까요?


  몸이 아닌 옷에다가 마음을 새기는 분이 많아요. “이 옷을 입어야 예쁠까?”라든지 “저 옷을 둘러야 멋질까?” 하고 생각하지요. 이러한 마음이 되면 이 옷이나 저 옷이 아닐 적에는 우리 몸이 호졸곤합니다. 잘 헤아려 봐요. 우리 몸이 어떤 옷을 걸치든 즐겁고 산뜻하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새긴다면, 우리는 어떤 옷을 갖추어도 언제나 즐겁고 산뜻하며 아름다워요.


  얼굴가루를 발라야 얼굴이 고울까요? 우리 얼굴에 고운 마음을 새길 적에 참으로 고운 빛이 흐르지 않을까요? 속으로는 근심걱정에다가 짜증이 가득한데, 얼굴로만 웃으려고 하면, 억지웃음(감정노동)을 지으려면 몸이 대단히 힘듭니다. 근심이 있으면 근심이 있다고 털어놓고서 풀 노릇입니다. 짜증이 났으면 짜증이 달아나도록 개운하게 다스릴 일이에요.


  우리한테 근심걱정이나 짜증이나 두려운 마음이 찾아들었다고 해서 싫어하거나 꺼리지는 말아요. 그저 모두 어느 한때 거쳐서 지나가는 길이에요. 이와 매한가지인데, 반갑거나 고맙거나 즐거운 일도 어느 한동안 슬며시 거쳐가는 길입니다. 다시 말해서, 모든 삶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마음이면 되어요. 들뜨거나 조바심을 내지 말고 하나하나 지켜보면 되어요.


  글쓰기란, “배우고 싶은 삶을 글씨라는 생각씨앗으로 담는 놀이나 일”이라고 할 만합니다. “배우고 싶은 삶”이란 ‘졸업장학교를 다니면서 수업을 듣거나 교과서를 외우는 길’이 아닙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밥을 차리고 치우며, 수다를 떨고, 빨래를 해서 말리고 걷고 개어 제자리에 놓는 살림이란 늘 배움길입니다.


  책을 읽거나 강의·수업을 들어야만 배우지 않아요. 늘 배웁니다. 아기는 어버이 품에서 아늑히 지내면서 내리사랑을 배워요. 어버이는 아기를 고요히 품으면서 치사랑을 배우지요. 비오는 날은 비내음을 지켜보면서 맞아들이고 배워요. 후끈거리는 날은 햇볕을 듬뿍 받아들이면서 배워요. 마음을 틔우고서 오늘 맞이한 하루를 새롭게 헤아리는 꿈을 몇 마디 말씨로 얹어 봐요. 배움길은 삶길이고, 삶길은 사랑길이고, 사랑길은 살림길이고, 살림길은 어느새 말길에 글길이 됩니다.


― 새로 보고 듣고 겪고 하니까 모두 배우는 하루, 배우고 싶은 길이란 살아가고 싶은 길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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