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숲정이 (2020.3.28.)

― 전남 순천 〈형설서점


  요즘은 바깥으로 나돌지 말라고 합니다. 그저 집에 머물라지요. 그런데 집에만 머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집밥옷을 손수 지어서 누린다면 구태여 바깥에 나갈 까닭이 없습니다. 고작 온 해쯤 앞서까지만 해도 이 나라 벼슬아치·구실바치·먹물붙이·임금·나리 몇몇을 빼고는 모두 손수 지어서 누렸어요. 이때에는 이웃마을에 갈 일조차 없습니다. 이와 달리 오늘날은 바깥에 가서 사다 쓰는 얼거리입니다. 집살림을 꾸리는 이는 꾸준히 저자마실을 다녀와야 하고,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도 지며리 아이하고 바람을 쐬며 몸을 마음껏 놀리도록 북돋아야 합니다.


  아픈 사람이 는다면 병원도 세울 만하지만, 이 둘레에는 반드시 숲정이를 둘 노릇입니다. 시설이나 약만으로는 못 낫거든요. 맑은 바람물에 햇볕을 누려야 낫습니다. 도서관도 숲정이를 둘 노릇이고, 학교나 공공기관이나 여느 일터도 숲정이를 두어야겠지요. 순천 낙안 〈형설서점〉을 찾아갑니다. 책바람이 불어 살그머니 찾아가는데, ‘재일교포 교원’이 ‘대한민국 문교부’에 드린 《朝鮮古文化綜鑑》 석 자락이 눈에 뜨입니다. 이 석 자락을 장만하려면 석 달치 살림돈을 써야겠지요. 살림돈에 앞서 책일 수는 없으니 눈으로 실컷 구경하기로 합니다.


  매캐한 나라가 되어도 책을 쥡니다. 매캐한 나라가 될수록 더 책을 쥡니다. 마음을 다스려 몸에 새빛을 끌어올리는 책을, 마음을 가꾸어 몸이 즐겁게 춤추도록 토닥이는 책을 헤아립니다. 책하고 나란히 있을 숲정이를 나란히 생각합니다.


《르네상스》(서화) 53호(1993.3.)

《르네상스》(서화) 37호(1991.11.)

《금빛 은빛》(홍희표, 창작과비평사, 1987)

《사랑의 위력으로》(조은, 민음사, 1991)

《소금꽃·안개꽃》(정인화, 일빛, 1991)

《맹꽁이는 언제 우는가》(박정만, 오상, 1986)

《시운동 동인시집 4 그 저녁나라로》(李隆·이문재·이병천·河在鳳·남진우·박덕규·안재찬, 월인재, 1982)

《겨울의 꿈》(김용범, 고려원, 1980)

《로신선집 1》(로신/박정일 옮김, 민족출판사, 1987)

《로신선집 2》(로신/박정일 옮김, 민족출판사, 1988)

《청춘의 노래》(양말, 민족출판사, 1991)

《중국현대문학작품선 상》(진의·문정 옮김, 민족출판사, 1990)

《중국현대문학작품선 하》(진의·문정 옮김, 민족출판사, 1991)

《말》(민주언론운동협의회) 7호(1985.7.25.)

《드래곤 볼 13》(토리야마 아키라/아이큐 점프 편집부 옮김, 서울문화사, 1993)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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