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흰책 검은책 (조국백서 조국흑서) : 밤이 되면 어둡다. 어두운 빛깔을 검정·까망으로 나타낸다. 이 어둠을 무섭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지만, 아이들은 새까만 밤에 꿈나라로 깊이 들어간다. 어른도 매한가지이다. 밝은 데에서는 몸이 못 쉰다. 적어도 눈만큼은 가리개를 하지. 밤에는 밤빛 그대로 맞아들이면서 온몸을 어둠으로 감싸 놓아야 비로소 몸에 새기운이 흐르면서 이튿날 아침을 개운하면서 기쁘게 맞이한다. “검은 것이 나쁘다”라든지 “어둠이 나쁘다” 같은 말을 누가 함부로 읊었을까? 하얗기에 더 좋지 않지만, 하얗기에 나쁘지도 않다. 검기에 나쁘지 않으며, 검기에 더 좋지 않다. 우리 삶에서는 그저 검정하양이 함께할 뿐이다. 밤낮이 늘 어우러진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맞물리면서 밤낮(검정하양)이 알맞게 흐른다. 이 검정하양(밤낮)을 맞아들이기에 모든 숨결이 새롭게 피어나고 자라난다.


‘조국백서’란 이름을 달고서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이란 책이 나왔다. 촛불을 든 사람들은 검찰‘만’ 뜯어고쳐야 한다고 여겼을까? 왜 ‘정치개혁·경제개혁·교육개혁’은 입에 안 올릴까? 이 나라 검찰이 깨끗할 턱이 없다고 여긴다면, 경찰은 깨끗한가? 교육·종교·의약·문화·예술·경제 가운데 깨끗한 곳이 있는가? 더구나 뜯어고치자고 말하는 무리에 선 이들치고 ‘가난한 일꾼이나 심부름꾼’은 도무지 안 보인다. 그저 시민단체에서만 일했다는 어떻게 6억이 넘는 돈에 집을 여럿 거느릴 수 있을까? 검찰개혁을 말하는 정치꾼·먹물꾼·글꾼 가운데 근로장려금이나 자녀장녀금을 받을 만큼 가난한(또는 차상위계층이나 기초생활대상) 이는 몇이나 될까? 아니, 있기나 할까?


‘조국흑서’란 이름이 붙으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라는 책이 잇달아 나왔다. 나는 ‘흰책’도 ‘검은책’도 못마땅하다. 나는 두 책 모두 짚어야 할 곳을 제대로 안 짚거나 못 짚는다고 여긴다. 나라를 뜯어고치기란 참 쉽다. 입시지옥을 걷어치우면 된다. 대학교를 서울에 우르르 몰아놓은 틀을 허물면 된다. 막삽질로 떡고물을 얻는 모든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끊어내면 된다. 뒷돈(로비)이 없이 살림을 꾸려야지. 그리고 서울을 비롯한 큰고장에 시멘트·아스팔트를 그만 들이붓고, 이제는 숲을 가꾸어야지.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려 할 적에 권정생 할배는 “자가용을 버려야 이라크 파병을 안 한다”고 외쳤다. 이 말을 조금 고쳐서 “자가용을 버리면 나라가 아름답다”고 외쳐야지 싶다. 서울이고 부산이고 길이 왜 막히는가? 다 자가용 때문이다. 왜 이렇게 빠른길(고속도로)을 엄청나게 뚫었나? 다 자가용 탓이다. 햇볕판을 세우려면 시골이나 멧골이 아닌 찻길 지붕으로 세우면 될 노릇이었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그저 시골하고 멧골에 햇볕판을 터무니없도록 때려박았다.


‘백서(白書)’란 모름지기 민낯까지 낱낱이 밝히는 책이다. 그래서 ‘흰책’이다. 그러나 ‘조국백서’는 “아빠 찬스·엄마 찬스”를 비롯한 ‘그들잔치·끼리질’을 눈감기만 한다. 찬스질에 그들잔치를 눈감은 채 무슨 흰책이 될까. 백서에 맞선 ‘흑서(黑書)’는 사전에 없는 말인데, ‘검은책’이란 우리 속내를 고스란히 들여다보면서 스스로 거듭나자는 생각을 밝혀야 마땅하겠지. ‘조국흑서’라는 책으로 줄거리를 엮어 문재인·민주당 권력자를 매섭게 나무랄 만하다. 제대로 나와야 할 목소리라고 여긴다.


다만 검은책을 쓴 이도 가난해 보이지 않는다. 배부른 자리에 섰기에 나라를 아름답게 가꾸는 길을 밝히지 못할 까닭은 없다만, ‘배부르지 않은 일꾼이나 심부름꾼’이 한 사람쯤은 섞여서 이야기판을 벌이면 어떠했으랴 싶다. 가난하면서 참한 글꾼이 이 땅에 한 사람조차 없으리라 보지는 않는다.


자가용이 없이 살면서, 두 다리하고 자전거로 아이들을 돌보고 움직이면서, 숲을 곁에 두거나 숲 한복판에서 지내면서, 즐겁게 집안일을 도맡을 줄 알고, 밥살림·옷살림·집살림을 스스로 건사하는 길을 찾으려고 하는 참말로 참하면서 수수한 글꾼 목소리가 깃들 적에 비로소 제대로 ‘검은책’이건 ‘흰책’이건 빛나겠지. 2020.8.2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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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말 : '조국흑서'가 나왔다는 얘기를 처음 듣고서, 누리책집 한 곳에서 살펴보려 하는데, 도무지 그 책이 안 뜨더라. 어인 일인가 매우 알쏭달쏭했지만, 하루가 지난 뒤부터는 잘 찾아볼 수 있더군. 그 누리책집은 일부러 그 책이 안 뜨이도록 감추려고 했을까? 부디 그런 얕은짓이 없었기를 빈다. 그저 사람들이 한꺼번에 엄청나게 찾아오면서 하루 동안 그 누리책집에서 '오직 그 책 하나'하고 '그 책을 쓴 사람'을 찾아볼 수 없도록 메롱거렸다고 여기고 싶다. 왜냐하면 오직 그 조국흑서 하나면 찾아보기 어렵도록 메롱거렸으니까. 그 자국을 갈무리해 놓았기에 사진파일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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