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88


《한글》 제3권 제6호

 조선어학회 엮음

 조선어학회

 1935.8.1.



  이 나라에서 쓰는 글은 ‘한글’입니다. ‘훈민정음’은 위(임금)에서 밑을 내려다보는 종살이를 담는다면, ‘언문’은 우리가 입으로 터뜨리는 말소리를 손으로 새롭게 나타내는 글씨를 얕보기에 안 어울린다고 여긴 한힌샘 주시경 님은 ‘한글’이란 이름을 새로 짓습니다. 이 나라에서 오래도록 살아온 겨레를 우리말로는 ‘한겨레’라 하고, 한자말로는 ‘韓民族’이라 합니다. ‘한’은 ‘하늘·하나’하고 이어지고, ‘크다·넓다·빛’ 같은 뜻을 품어요. ‘韓’은 ‘한’이란 오랜 우리말에 붙인 한자일 뿐입니다. 서울 한복판에 흐르는 물줄기는 그저 한글로 ‘한가람’이라 적으면 되지요. 일제강점기에 말글로 큰일을 편 조선어학회는 1932년에 잡지 《한글》을 처음 선보입니다. 일본글이며 한자가 판치던 나라에 씩씩하게 편 글씨요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이무렵 일본은 ‘國語’란 이름을 갑자기 밀어붙입니다. ‘日本語 = 國語’라 하여 중국하고 대만에까지 ‘국어 교육’이란 틀을 세워요. 이때에 우리는 ‘한글·조선말’이었는데 ‘한글·한말’로 기운차게 나서 보면 오늘 얼마나 달라졌으려나 어림해 보곤 합니다. ‘한’을 즐겁게 붙여 ‘한옷·한밥·한집·한새·한넋·한얼’로, ‘한사랑·한마음·한마을·한나라’로.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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