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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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의 사회》

이봔 일리히 글

안응렬 옮김

분도출판사

1978.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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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은 자전거길을 어떻게 내야 하는가를 알기 어렵거나 모르거나 생각조차 못합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지 않는 사람은 아이가 즐겁게 꿈꾸면서 아름다이 자라는 길을 알기 어렵거나 모르거나 생각조차 못합니다. 맑은 물하고 바람으로 아픈 몸을 달래면서 튼튼하고 싱그러이 돌보는 길을 걸은 적 없는 사람은 숲을 어디에 왜 어떻게 품고 돌보면서 아낄 적에 넉넉한 살림이 되는가를 알기 어렵거나 모르거나 생각조차 못해요. 입시지옥이 아이랑 어른 삶·넋·마을을 어떻게 망가뜨리는가를 모른다면, 입시지옥을 걷어치우는 길로 나라살림을 가꾸지 않겠지요. 《공생의 사회》는 진작에 나왔으나 널리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이반 일리히 님이 쓴 책이 꽤 읽히기는 했어도 막상 자전거를 타거나 병원을 끊거나 화학약품을 멀리하거나 서울을 떠나거나 졸업장학교를 그만두거나 전문가 노릇을 끝내거나 마을숲을 사랑하거나 아이랑 신나게 노는 어른을 찾기는 꽤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반 일리히 님은 ‘글을 어렵게 안 썼’을 테지만, 이녁 글을 한글로 옮길 적마다 너무도 어렵고 딱딱하며 재미없는, 삶내음이 안 흐르는 번역 말씨·일본 한자말투성이예요. 우리는 두레살림·함께살기·어깨동무를 언제쯤 배울 생각일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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