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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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으로 읽다 (2017.12.3.)

― 청주 〈앨리스의 별별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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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책이 아니어도 즐길거리·읽을거리·볼거리는 많습니다. 어느 길을 즐겨도 아름답습니다. 영화·방송·유튜브는 가만히 지켜보면 됩니다. 저쪽에서 보여주는 그대로 받아들여요. 책은 언제나 스스로 읽어내지요. 저쪽에서 어떤 글이나 그림이나 사진을 펴서 책으로 묶든, 이 책에 흐르는 알맹이·줄거리·사랑을 우리 스스로 알아내고 느끼며 생각해서 삭이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책읽기란, 스스로 나서야 하고 스스로 배워야 하며 스스로 배운 살림을 우리 삶에서 다시 스스로 삭여 녹이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대목에서 남다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해야 합니다. 책 고르기, 책 알아보기, 알아본 책을 사기, 산 책을 집으로 들고 오기, 들고 온 책을 읽으려고 짬을 내기, 짬을 내어 읽는 동안 머리를 바지런히 움직여 생각을 꽃피우기, 생각을 꽃피워서 알아낸 이야기를 삶으로 녹이기, 삶으로 녹인 이야기를 새롭게 가꾸어 즐겁게 하루를 맞이하기 …… 이 모두 남이 해주지 않고 손수 해요. 책읽기나 책숲마실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새롭게 살아가는 길을 찾으려고 몸소 펴는 작은 몸짓이 됩니다. 남한테 기대지 않고 스스로 배우고 익혀서 살려낸 새로운 사랑을 스스럼없이 이웃하고 새삼스레 펼치는 길이 바로 책읽기요 책숲마실이라고 할 만합니다.


저마다 다른 곳에서 태어나서 저마다 다른 삶을 누리다가 함께 걸어가기로 한 다른 사람이 책집에서 만납니다. 한쪽은 책집지기요, 다른쪽은 책손입니다. 〈앨리스의 별별책방〉에서 ‘별별’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저 ‘별잔치·별빛·별노래·별내음·별꽃’처럼 반짝이는 숨결을 떠올립니다.


책 한 자락이 너른 이야기마당으로 됩니다. 밭 한 뙈기가 너른 이야기터로 됩니다. 아이들 노래와 놀이 한 가지가 너른 이야기숲으로 됩니다. 밥 한 그릇과 말 한 마디가 너른 이야기판이 됩니다. 후꾸오카 마사노부 님은 무꽃에서 하느님을 보았다고 해요. 무꽃에서 하느님을 보았다면, 달맞이꽃에서도, 나팔꽃에서도, 분꽃에서도, 감꽃에서도 언제나 하느님을 볼 만해요. 아이들 눈꽃이며 어른들 눈꽃에서도 하느님을 읽고, 바람꽃이며 구름꽃에서도, 또 책꽃에서도 하느님을 만납니다.


나비 날갯짓을 애틋이 바라봅니다. 개구리 노랫소리를 알뜰히 듣습니다. 글자락을 포근히 읽습니다. 하느님은 커다란 절집보다는 마을이웃 가슴팍에 있고, 돌멩이 하나랑 책 한 자락이랑 들풀 잎사귀에 있지 싶습니다.


문득 돌아보면 다른 눈치라고는 없이 책만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 자동차도 큰고장도 아파트도 텔레비전도 안 보고 싶어요. 졸업장도 자격증도, 몸매도 얼굴도 안 보고 싶습니다. 오로지 마음빛을 읽으면서 생각날개를 펴고 싶습니다. 청주 한켠에서 오늘을 별빛으로 읽도록 다리를 놓는 쉼터 앞으로 우람한 나무가 줄지어 섭니다. 우람나무랑 마을책집 둘레로 나무걸상을 동그랗게 놓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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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살은 그만》(가자마 도루/문방울 옮김, 마음산책, 2017)

《교토대 과학수업》(우에스기 모토나리/김문정 옮김, 리오북스, 2016)

《제주 돌담》(김유정, 대원사, 2015)

《같이 살래?》(유총총, 푸른눈,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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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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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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