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5.


《고무줄은 내 거야》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유문조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0.3.15.



큰아이한테 글씨를 두껍게 쓰는 길을 보여준다. 연필이 스윽 가는 결에 맞추어 그리기만 할 적에는 잘 안 보이던 글씨가 삭삭 연필옷을 자꾸 입히면서 도톰도톰 결로 바뀌면 또렷하지. 글씨쓰기를 하는 길은 갖가지. “어떻게 아버지는 빨리 써도 글씨가 반듯하고, 도톰한 글씨도 잘 쓰고 그래요?” 그저 웃는다. 따지고 보면 ‘너희 아버지’는 1982∼93년이란 해를 학교에서, 1995∼97년이란 해를 군대에서 보내는 사이, 손이 저리고 쑤시도록 글씨를 써야 하는 나날이었단다. 엄청나다는 말로는 모자랄 ‘깜지’를 써야 했고 ‘발표 숙제 내용을 전지에 새까맣게 적어야 하는’ 나날이었고, 이레마다 무슨무슨 푯말에 포스터를 내야 했고, 군대에서도 끝없이 ‘괘도’를 그렸고 ……. 아아. 《고무줄은 내 거야》는 풋풋하면서 애틋하게 소꿉놀이를 담아냈지 싶다. 그린님은 어릴 적에 무척 사랑받으면서 자라셨지 싶다. 개구지면서 익살스런 맛이 감돈다. 다만 뭔가 빠졌다. 어딘가 아쉽다. 무엇에 갇혔을까. 어디에 막혔을까. “벼리야, 아버지는 어릴 적에 죽음 같다 싶던 숙제짐에 눌려 살면서 울지는 않았어. 눈물은 어머니가 흘려 줬지. 밤새며 숙제 해도 못하면 그냥 학교 가서 맞았단다. 웃으면서 했어. 언제나 즐겁게 노래로 쓰고 싶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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