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5.19. 거꿀이


언제 처음 들은 말인지 가물가물하지만 “네 주제 좀 알아?”를 꽤 어린 날 들었는데, 막상 이 말을 듣고도 무슨 소리인지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응? ‘주제’가 뭔데?“ 하고 되물었거든요. 참 같잖다는 얼굴로 “‘주제’도 모르냐? 네 ‘꼴’을 보라고.” “꼴? 꼴은 또 뭐지?” “그 꼬락서니를 보라고.” 마치 말장난처럼 이어진 말은 끝이 없어서, ‘주제’를 따지던 아이는 손사래를 치고 휙 돌아섰습니다. 그나저나 저한테 ‘주제’를 따진 그 아이는 이 말을 어디에서 듣고 알았을까요. 처음 ‘분수(分數)’를 배울 적에 ‘분수’가 뭔지 모르면서 외웠습니다. 예전 어른들은 왜 밑뜻을 찬찬히 짚는다거나 쉬운말을 쓴다거나 하지 않았는지 아리송하지만, 요즘 어른은 좀 달라졌으려나 궁금해요. 나누는 값이면 ‘나눔값’이라 할 만해요. 이런 얼개를 헤아려, 거꾸로 가는 값이면 ‘거꿀값’이라 할 만하지요. 일본 한자말이나 영어를 써야 학문이나 전문이 되지 않아요. 누구나 알아차리면서 함께 즐길 길을 여는 말을 가슴에 얹을 적에 비로소 배움길이면서 깊은 솜씨가 되지 싶습니다. 가만 보니 여름날 개구리는 ‘거꿀거꿀’ 소리로 노래하려나요. ㅅㄴㄹ


분수(分數) 1 → 그릇, 깜냥, 꼴, 꼬라지, 꼬락서니, 살림, 삶, 자리 1, 주머니, 주제

분수(分數) 2 → 나눔값, 나눔치

거꿀값·거꿀치 ← 역수(逆數)

거꿀이 ← 가분수(假分數), 반대자, 역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