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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경배 ㅣ 신생시선 41
원종태 지음 / 신생(전망) / 2015년 6월
평점 :
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38
《풀꽃 경배》
원종태
신생
2015.6.25.
저는 등단을 하지 않았고, 추천을 받지 않았습니다. 시를 써 달라고 하는 잡지사·신문사·출판사는 아직 없습니다. 따로 ‘시’를 쓴다기보다 ‘노래’를 씁니다. 이제껏 살아오며 만난 풀꽃나무를 떠올리고, 이 풀꽃나무를 품고 살아갈 아이들을 헤아리다가, 이 풀꽃나무하고 어깨동무할 이웃을 그리면서, 천천히 노래를 짓습니다. 바깥에서 누구를 만날 적마다 이웃님을 생각하며 노래를 엮고, 이 노래를 우리 아이들이 함께 나누기를 바라는 꿈을 글자락에 얹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열 몇 해를 추스른 노랫가락은 동시집이란 이름으로 둘 태어났습니다. 제 동시집을 읽은 이웃님은 곧잘 물어요. “시를 어떻게 쓰나요? 동시는 더 어렵지 않나요?” 저는 짧게 이야기합니다. “시를 쓰지 마시고요, 아이랑 사랑할 하루를 노래해 보시고, 이 노래를 글로 고스란히 옮겨 보셔요.” 《풀꽃 경배》를 읽다 보면, ‘시’가 꽤 많습니다. 시집이니 시가 많을까요? 그러나 곳곳에 시 아닌 ‘노래’가 있어요. 이 노래를 혀에 얹고는 뒤꼍에 서서 우리 집 나무를 쓰다듬으며 가락을 입혀 봅니다. 바람이 속삭이는 가락으로 노래를 듣고 부를 줄 안다면, 우리는 모두 시인입니다. ㅅㄴㄹ
농사는 절대 짓지마라 / 노가다는 하지마라 / 책상에 앉아서 펜데 굴리라 / 면서리가도 되어라 공부해라 // 공사판에 걸린 목장갑이 말을 걸어온다 // 아버지의 빈 도시락에는 늘 / 보름달 빵이 들어있었다 (목장갑/43쪽)
한 시간에 버스 한 대 올까말까 한 / 대금국민학교 앞 운동장 / 1학년이나 되었을까 샛노란 가방 메고 / 딸랑딸랑 달려온다 / 버스는 서고 풍뎅이 같은 발하나 걸치자마자 / 아저씨 저…도시락, 교실에 노코 았는데예… / 딸랑딸랑 어린학생 운동장을 다시 가로지르고 / 썬그라스 낀 운전사는 시동을 껏다 / 수양버들은 한없이 늘어졌다 (시동을 끄다/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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