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26
《祖國江山》
이은상 글
민족문화사
1954.7.1.
바람이 쏴락 불면 나뭇가지가 춤을 추며 모든 잎이 반짝반짝합니다. 바다에서는 물이 반짝이고, 숲에서는 잎이 반짝여요. 바다에서는 물노래가 번지고, 숲에서는 잎노래가 퍼집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서 나온 《祖國江山》은 둘로 갈린 나라가 아파서, 서로 싸운 나라가 아파서, 군홧발에 밟히고 나서 다시 잿더미가 된 나라가 아파서, 이 땅 골골샅샅에 솟은 봉우리랑 이 땅 굽이굽이 적시는 냇물을 노래하지 싶습니다. 그런데 봉우리를 품에 안으려 하면서 독재 우두머리를 기리는 글을 같이 쓴다면, 또 냇물에 손을 적시려 하면서 독재판에 몸을 담는 길을 걸었다면, 이 엇갈린 모습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글 따로 삶 따로이지 않아요. 말 따로 일 따로이지도 않고요. 사랑스러운 나라가 되자면 어느 쪽에서든 총칼을 버릴 노릇입니다. 아름다운 터전이 되려면 주먹·돈·이름으로 윽박지르거나 끼리질을 하는 모든 이가 사라질 노릇입니다. 착하게 살기란 어려울까요? 아이들이 착하면서 맑고 푸르게 자라기를 바란다면, 어른부터 착하면서 맑고 푸르게 살아야지 싶습니다. 우리가 오늘 선 곳에 따사로이 손길을 뻗어야 아름나라가 됩니다. 먼 멧골 아닌 마을 보금자리가 아늑하도록 이쪽저쪽 모두 손에 호미를 쥐고 숲을 가꾸기를 빌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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