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12
《月刊 책방소식》 1호(1982.10.)
여승구 엮음
한국출판판매주식회사
1982.9.20.
그저 흔히 쓰는 말 한 마디란 없습니다. 모든 말에는 숨결이 흐릅니다. 아무렇게나 쓰는 말이라면 깊이 생각하지 않는 마음, 이른바 얕은 마음이 흐릅니다. 남들이 다 쓰니까 쓸 뿐이라고 한다면,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따라쟁이 마음이 흘러요. 이오덕 어른 같은 분이 ‘우리 글 바로쓰기’를 얘기한 뜻이라면, 우리 모두 스스로 생각을 가꾸자는 마음이겠지요. 길들거나 물든 말도 아닌, 또 어린이하고 등지는 말도 아닌, 또 나라에서 윽박지르며 퍼뜨린 말도 아닌, 위아래로 가르는 말도 아닌, 스스로 삶을 짓는 자리에서 길어올리는 수수하면서 사랑스러운 말씨를 찾아내자는 길일 테고요. 《月刊 책방소식》은 ‘책방소식’이란 이름이었으나 큰책집에 들여놓고 널리 팔 큰 출판사 책이 바탕이면서 마을새책집이나 마을헌책집 이야기는 쏙 빠집니다. 이러다 보니 ‘변두리 고서점가’라 할 뿐, 헌책집 이름을 하나하나 밝히지 않을 뿐더러 알려주지도 못해요. 값진 옛책을 만나도록 징검다리가 된 오랜 마을책집을 기리지 못하면서 어떤 책살림을 북돋울는지 아리송합니다. ㅅㄴㄹ
“9월 하순의 독서주간에 맞추어 ‘한국고서동우회’의 후원으로 이루어질 제2회전시회가 ‘항일민족운동 관계 문헌전시회’로 결정됨에 따라 출품도서를 준비하기 위하여 변두리의 고서점가 산책을 더 넓히기로 작정하고 불광동의 연신내, 신촌과 연희동은 대학가, 영등포와 상도동, 봉천동, 흑석동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며 8월 한 달을 지내 왔다.” (여승구/書窓, 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