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6.


《세상의 많고 많은 초록들》

 로라 바카로 시거 글·그림/김은영 옮김, 다산기획, 2014.5.30.



온누리가 사람이 살기 좋다면 높다란 겹집이나 자동차나 비행기가 오가기 때문이 아닌, 바로 푸른물결이 찰랑찰랑 덮기 때문이지 싶다. 어느 고장이 아름답다면 오래된 집이나 골목이 있기 때문이 아닌, 바로 골목꽃에 골목나무에 골목밭이 싱그럽기 때문이지 싶다. 그림책을 넉넉히 누릴 마을책집을 찾아나서려고 서울로 간다. 따지고 보면, 서울에서 만날 분이 있기에 움직이지만, ‘일은 핑계’요 ‘마을책집이 뜻’이라고 생각해 본다. 큰고장 한복판에도 푸르게 우거지는 바람을 일으키는 마을책집이다. 이 마을책집을 찾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어떤 바깥일도 가붓하면서 즐겁다. 《세상의 많고 많은 초록들》을 되읽었다. 온누리에 풀빛이 참으로 많디많다지. 풀잎이며 나뭇잎도 푸른물결일 테고, 풀바람을 사랑하는 마음도 푸른너울일 테며, 숲바람을 보살피는 손길도 푸른빛살이겠지. 나물로 삼으며 먹어도 반가운 풀이요, 나물로 안 삼고 밭자락이나 마당이나 뒤꼍을 풀밭으로 덮고서 맨발로 사뿐사뿐 디뎌도 좋은 풀이다. 나무 곁에 기대어 선다든지, 풀밭에 벌렁 드러누워 구름이 베푸는 그늘을 누리며 맡아도 좋은 풀내음이다. 풀을 미워하는 나라는 무너진다. 풀을 싫어하는 사람은 사랑하고 멀어진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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