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89


《知慧의 말씀》

 법정 글

 교학사

 1974.3.30.



  스님 한 분이 숨을 거두고 저승길을 갈 적에 그 스님을 큰스님으로 여기면 그분이 남긴 책이 날개 돋힌듯 팔리곤 했습니다. 헌책집 나들이를 다니노라면 헌책집지기님이 “허허, ○○라는 분이 돌아가셨나? 그분 책을 찾는 사람이 갑자기 늘어나네? 허허.” 하고 말씀했어요. “그분 책 좋지. 그런데 그분 책 말고도 좋은 책 많은데.” 하는 말을 으레 살짝 보태셨어요. 둘레에서 《무소유》란 책을 읽어 보았느냐고 참 좋더라고 물어보곤 합니다. 이때마다 저는 “저는 그 책이 그리 재미있지 않았어요. 다만 그분은 손수 쓴 글보다 불경을 한국말로 옮기려고 한 책은 마음에 들더군요.” 하고 얘기합니다. 《知慧의 말씀》은 ‘법구경·백유경’을 법정 스님이 옮긴 책인데, 두 가지 이야기를 옮길 적에 영어책하고 일본책을 곁에 두었다고 머리말 끝자락에 밝힙니다. 법정 스님이 옮기거나 쓴 책을 읽으면서 문득문득 뜬금없는 일본 한자말을 만나곤 했는데 불교에서 쓰는 말씨일 수 있지만, 다른 까닭도 있었구나 싶어요. 조선어학회에서 불경을 한글로 옮길 적에는 ‘슬기롭다·어질다·참하다·참되다’란 낱말을 알맞게 가려서 썼습니다. 법정 스님은 ‘지혜’를 ‘知慧’로 적었습니다. 그리고 ‘지혜 + 의’ 얼개인 일본 말씨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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