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방석 푸른사상 동시선 45
이순주 지음 / 푸른사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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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35


《나비의 방석》

 이순주

 푸른사상

 2018.11.19.



  졸업장을 주는 곳은 졸업장을 주는 곳입니다. 졸업장을 주기에 학교라 하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 터전을 돌아보면 졸업장이 있어야 일자리를 얻거나 돈을 받는 길이곤 합니다. 졸업장이 없이는 일자리를 알아보기 어려우며 돈을 못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흙을 가꾸는 일꾼한테는 졸업장이 없어요. 사랑하는 두 사람이 아기를 낳아 어버이가 되는 자리에 졸업장이 없지요.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한테 ‘놀이 자격증’ 따위란 없습니다. 삶도 사랑도 살림도 숲도 ‘증서’를 따지지 않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가는 길에, 어린이가 싱그러이 꿈꾸는 길에, 어른이 아름답게 일하는 길에, 졸업장이나 자격증은 부질없어요. 《나비의 방석》을 읽는데 ‘점수 매기기’하고 얽힌, 그야말로 ‘졸업장 학교’ 이야기가 참 자주 나옵니다. 오늘날 터전을 빗대어 아이들이 새롭게 꿈을 꾸고 어른들은 생각을 가다듬도록 북돋우려는 뜻이라면 나쁘지 않겠지요.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해요. 우리는 언제까지 점수 매기기를 해야 하나요? 100점이 아니면 웃지 못하나요? 빗물을 빗물대로 바라보면서 반기기란 어려울까요? 모두 내려놓고 나비를 그저 나비로 마주하기를 빕니다. ㅅㄴㄹ



수업 끝나자 봄비가 옵니다. / 빗방울들이 고인 물 위에 떨어져 / 자꾸만 떨어져 / 채점을 합니다. (채점/22쪽)


학교 갔다 온 나를 반겨 주는 / 엄마 얼굴 같아요. // 내게서 100점 맞은 시험지를 받아든 / 환히 웃는 엄마 얼굴 같아요. (달리아꽃/28쪽)


나비는 / 아주 아주 쬐그만 / 책이다. // 들꽃 나라의 / 책이다. (나비/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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