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같이 가서 함께 누리자 (2017.11.15.)

― 전남 순천 〈책방 심다〉

전남 순천시 역전2길 10

070.7528.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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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옷가지를 장만한다든지, 고흥에 없는 살림을 찾을 적에는 시외버스를 타고 순천을 다녀옵니다. 버스로 순천마실을 하자면 아침바람으로 움직여 저녁바람으로 돌아옵니다만, 가장 가까이에서 누리는 책집마실입니다. 작은아이는 “내가 갈래, 내가 갈래.” 하면서 아버지랑 책집마실을 합니다. 고흥읍으로 나가서 시외버스를 타니 “그런데 어디에 가?” 하고 묻습니다. “순천 기차나루 건너켠에 있는 ‘심다’라는 곳이야.” “‘심다’? 나무를 심는다는 그 ‘심다’?” “응, 책집을 하는 두 분이 나무를 심는 꿈으로 자리를 여셨어. 그리고 그 집에 아기가 태어났단다.” “아기? 아, 아기 귀엽겠다.”


  시외버스에서 작은아이하고 조잘조잘하는 사이에 순천에 닿습니다. 버스나루에서 기차나루까지 순천 시내버스를 탑니다. 기차나루 앞에서 내린 다음에 역전시장 떡집부터 들러 작은아이 주전부리를 챙기고, 고흥집에서 기다릴 큰아이 몫을 건사합니다. 자, 이제 책집으로 들어갈까?


  책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아직 어버이 품에 안깁니다. 이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책집에서 뒹굴고 뛰어놀 테지요. 순천 기적의도서관 지기 노릇을 오래오래 하신 분이 선보인 《그림책 톡톡 내 마음에 톡톡》(정봉남, 써네스트, 2017)을 대뜸 고릅니다. 그림책도서관을 돌본 분들뿐 아니라 수수하게 아이를 보살핀 어버이도 저마다 ‘우리(나랑 아이)가 사랑한 그림책’ 이야기를 써 보면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네 철에 따라 다 다른 놀이살림을 다룬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아, 사랑해!》(줄리 폴리아노 글·줄리 모스태드 그림/최현빈 옮김, 찰리북, 2017)를 고르고, 《채소의 신》(카노 유미코/임윤정 옮김, 그책, 2015)이라는 살림책을 집습니다. ‘나물님’을 들려주는 분은 고기밥뿐 아니라 풀밥도 오롯이 목숨이라고 하는 대목을 짚어요. 고기를 먹을 때뿐 아니라 풀을 먹을 때에도 ‘우리 몸으로 스며드는 뭇숨결’을 사랑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줄줄이 흐릅니다.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강수희·패트릭 라이든, 열매하나, 2017)를 선뜻 고른 다음에 그림책 《집으로》(고혜진, 달그림, 2017)도 고릅니다. 작은아이가 재미있어 하기에 《밥. 춤》(정인하, 고래뱃속, 2017)도 고릅니다. 큰아이는 이 그림책을 어떻게 여길까요. 춤을 추듯 밥을 하고, 밥을 짓듯이 춤을 짓는 그림이 흐릅니다. 어느 사진책을 흉내낸 느낌이 짙기는 한데, 꼭 그림책이라서는 아닙니다만, 아이들이 밥살림이나 소꿉놀이를 하면서 짓는 춤도 두루 담으면 훨씬 나았으리라 생각해요. 너무 어른스러운 춤이랄까요.


  따로 팔지 않고 〈책방 심다〉에서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팔지 않는 그림책을 두는 일이란 매우 재미있어요. 파는 그림책은 장만하고, 안 파는 그림책은 이곳을 드나들 적마다 새롭게 펼쳐서 여럿이 누립니다.


  아이 손을 잡고 같이 책집마실을 갑니다. 아니, 아이가 이끄는 손길을 따라 어버이가 나란히 책집마실을 합니다. 오늘 우리가 이곳에서 만나는 책은 여러 이웃님도 사뿐사뿐 걸음하면서 함께 누리겠지요. 가을빛이 그윽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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