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86
《Animal babies by Ylla》
Ylla 사진
Arthur Gregor 글
scholastic
1959.
부산에 〈고서점〉이라는 헌책집이 있습니다. 이곳 책집지기님이 어느 날 “최종규 씨가 헌책방 업계를 북돋우려고 한 일을 생각하면 모든 책을 거저로 드려도 아깝지 않지만 막상 그럴 수는 없고, 사진을 좋아하시니 이 사진책 하나를 선물로 드릴게요.” 하면서 《Animal babies by Ylla》를 내밀었습니다. 아직 한국에 ‘이일라(Ylla)’ 님 사진이 거의 안 알려지다시피 하던 무렵입니다. 그런데 이 해묵은 사진책은 어떻게 부산 한켠에 깃들었을까요. 1960년대에 일본책을 사서 읽으며 혼자 사진을 익히던 분이 즐겁게 장만해서 마르고 닳도록 읽다가 시나브로 흘러나왔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따로 ‘한일 문화교류’를 하기 힘들던 지난날이었지만 두 나라 사이를 오가는 무역배나 여객배를 거쳐서 일본책하고 ‘일본에 들어온 여러 나라 책’이 꾸준히 부산으로 들어왔다고 해요. 이일라 님은 오롯이 짐승 사진을 담아낸 분입니다. 마음으로 아끼며 동무로 사귀려는 몸짓으로 다가서면서 사진을 찍었어요. 귀엽게 보거나 억지를 쓰지 않고서 마음동무라는 눈빛으로 마주하려 했다고 느껴요. 일본에 내로라하는 이와고 미츠아키(岩合光昭) 님이 있는데, 이분은 이일라 님 사진을 가장 아름다이 받아들여서 사랑스레 담아내지 싶습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