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 창비시선 302
문동만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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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31


《그네》

 문동만

 창비

 2009.5.27.



  고흥읍에 계신 이웃님이 낮에 전화를 걸어 ‘오랫동안 못 만났는데 얼굴도 보면서 술 한잔 하자’고 얘기합니다. 시계를 보니 세 시 삼십 분. 마을에서 읍내로 가는 버스는 다섯 시가 되어야 있습니다. 시골은 큰고장처럼 바로바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집에 있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아이들 주전부리를 장만하러 다녀올까 싶어 다섯 시에 마을 어귀에 섭니다. 한참 되는데 버스가 안 옵니다. 툭하면 이렇더군요. 시골에서 버스 타는 손님이 없다며 슬쩍 안 다니곤 해요. 때로는 시골버스에 저 혼자만 타고서 다니기도 하니 버스일꾼 스스로 ‘뭐 오늘도 빈 버스만 가겠네’ 싶어 지레 몰지 않는구나 싶습니다. 읍내 이웃님한테 전화해서 “한참 기다려도 버스가 안 오네요. 다음에 뵈어요.” 하고 얘기하는데, 믿으실까요? 《그네》를 읽는데 어쩐지 처음부터 끝까지 술내음이 가득합니다. 글쓴님은 술을 마시고 나서야 시를 쓸는지 모릅니다. 맨마음으로는 이 땅에서 살아내지 못하겠다고 여겨 으레 마시고, 불콰한 마음이 되어 붓을 잡고서 시를 적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담배를 태우며 시를 쓰든, 아이를 돌보며 시를 쓰든, 자전거를 달리거나 밥을 지으며 시를 쓰든 다르지 않습니다만, 술·노닥질·여자만 어우러진 사내들 시는 따분합니다. ㅅㄴㄹ



우리는 낮술에 취했다 / 경매장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암호를 듣다 / 두툼한 광어를 씹었다 (소래에서/46쪽)


비석치기라던가 / 봉분 위에다 여자를 눕히는 자들도 있고 / 무덤을 들춰 밥벌이를 하는 도굴꾼들도 있다 (환관의 무덤/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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