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4.20. 흙책
타고난 몸이 여려 으레 시름시름인 모습이었는지 모릅니다. 여린 몸을 튼튼히 다스리고 싶어 용을 썼어도 시름질은 좀처럼 안 걷혔는지 모릅니다. 겉보기로는 멀쩡할는지 몰라도, 속으로는 곯으니 시름시름하겠지요. 시골에서 살며 곧잘 ‘흙책’을 장만해서 읽습니다. 흙을 만지며 살아가는 동안 익힌 즐거운 살림길을 이웃님은 어떻게 담아냈는지 궁금하거든요. 온갖 흙책을 읽다 보면 어슷비슷해요. 따로 대단하다 싶은 이야기를 찾아내지 못합니다. 그저 흙을 우리 몸처럼 여기면서 언제나 지켜보고 따사로이 어루만질 줄 알면 다 되어요. 밥살림을 북돋우려고 ‘밥책’을 장만해서 읽기도 했는데, 사람마다 다른 손맛에 집집마다 다른 집맛이 있어서, 우리는 우리대로 우리 내림맛을 살려 보자 싶더군요. 이리하여 ‘살림책’을 스스로 쓰기로 합니다. 어버이로 지켜보고 돌보는 살림을 손수 쓰고, 아이들도 저마다 하루를 어떻게 짓는가를 손수 쓰도록 합니다. 우리 보금자리를 스스로 사랑하는 길을 밝히는 책을 함께 쓴달까요. 살림을 가꾸며 살림책을 쓴다면, 우리 앞길은 나이가 들어 죽는 주검길이 아닌, 참말로 반짝이는 살림길이 되어 넉넉하리라 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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