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거주불능 지구 - 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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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26


《2050 거주불능 지구》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김재경 옮김

 추수밭

 2020.4.22.



불과 몇 해가 지나지 않았음에도 (2016년 파리기후)협약의 요구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는 산업 국가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2도 상승이라는 기준은 놀랍게도 최상의 시나리오에 가까워 보이며, 2도 상승을 넘어서는 끔찍한 미래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그런 전망은 대중의 시야에서 교묘히 숨겨지고 있다. (25쪽)


지난 100여 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는 도시 생활을 나아가야 할 미래상이라고 생각했으며 결과적으로 대도시의 규모는 인구 500만 명 이상, 1000만 명 이상, 2000만 명 이상으로 계속 늘어났다. (81쪽)


지구 표면의 70퍼센트가 물로 뒤덮여 있다는 점에서 바다는 지구에서 가장 압도적으로 우세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수많은 역할에 더해 바다는 일단 우리를 먹여살린다. (147쪽)


오대호에서는 조사한 어류 중 과반수가, 북서대서양에서는 조사한 어류 중 73퍼센트가 미세플라스틱을 함유하고 있었다. (161쪽)


컴퓨터 덕분에 효율성과 생산성이 올라가기는 했지만 동시에 기후변화 때문에 기술 혁신의 영향력이 줄어들거나 완전히 상쇄돼서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났을 수 있다. (183쪽)


아이러니하게도 기후변화 연구를 통해 드러나는 내용이 암울해질수록 전문가의 조심성은 점점 더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235쪽)


지난 몇백 년 동안 수많은 서양사람이 진보와 번영을 나타낸다고 생각했던 요소가 사실 거대한 기후재난의 전조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301쪽)



  1997년에 교토의정서가 나왔다 하고, 2016년에 파리기후협약이 나왔다 합니다. 하나는 스무 해가 지났고, 다른 하나는 다섯 해쯤 되었는데, 막상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지킨 나라는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라를 이끄는 벼슬아치만 안 지켰을까요? 우리가 함께 안 지킨 셈 아닐까요?


  시골 군청은 어디를 가도 으리으리합니다. 아직 으리으리하지 않은 군청이 남았다면 머잖아 으리으리하게 올리려고들 합니다. 해가 가면 갈수록 시골 지자체는 어린이하고 푸름이하고 젊은이가 빠르게 사라지면서 사람도 줄고, 남은 할머니 할아버지는 더 늙습니다. 그러나 시골 지자체 벼슬아치는 외려 나날이 늘어납니다.


  서울은 나날이 더 뚱뚱해집니다. 서울 곁에 있는 큰고장도 뚱뚱해집니다. 나즈막한 아파트는 빠르게 사라지면서 높다란 아파트로 바뀝니다. 이제 시골 읍내에까지 높다란 아파트가 올라섭니다. 아파트에 산다고 해서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오래된 아파트를 허물 적에 나오는 시멘트랑 플라스틱 쓰레기는 모두 어디로 갈까요? 찻길을 새로 깔면서 나오는 낡은 아스팔트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갈까요? 핵발전소를 돌리면 핵쓰레기가 나오는데, 핵방사능 쓰레기는 몽땅 어디에 있을까요? 화력발전소를 돌리면 석탄쓰레기가 나오는데, 석탄쓰레기는 또 어디에 있을까요?


  전남 고흥은 2020년에 ‘스마트팜’을 나라돈을 받아서 짓는다고 합니다. 널따란 ‘고흥 스마트팜’을 짓는 자리에 석탄쓰레기가 엄청나게 파묻혔습니다. 석탄쓰레기더미에 시멘트를 잔뜩 들이붓고, 여기에 유리온실을 세워서 스마트팜이란 이름을 붙입니다. 이 스마트팜에서 거둔 남새는 모조리 큰고장으로 보내겠지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시멘트 바닥 밑에 석탄쓰레기를 어마어마하게 파묻은 유리온실에서 거둔 ‘수경재배 남새’를 먹으면서 즐거울 만할는지요? 튼튼한 몸이 되고 아름다운 마음이 될 만한지요?


  미국에서 뉴욕 한복판에 사는 어느 분이 《2050 거주불능 지구》(데이비드 월러스 웰즈/김재경 옮김, 추수밭, 2020)라는 책을 써냈다고 합니다. 앞으로 서른 해쯤 뒤에 이 별은 사람뿐 아니라 어떤 목숨붙이도 살아남을 만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서른 해쯤 뒤에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만, 서른 해가 아닌 2020년 오늘을 돌아볼 적에 이 별이 얼마나 살 만한지부터 생각해야지 싶어요.


  돌림앓이가 크게 퍼지는 요즈음 이 별은 얼마나 살 만할까요? 돌림앓이가 크게 퍼지면서 거의 모든 하늘길이 멈춥니다. 하늘길이 멈추고 공장도 꽤 많이 멈추고 자동차물결도 이럭저럭 줄어드니, 하늘빛이 파랗게 바뀝니다.


  멀리 내다보지 않아도 되어요. 오늘 여기를 보면 되어요. 우리는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 정년퇴직을 맞이할 때까지 회사원이 되어 톱니바퀴로 굴러야 한다는 생각,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의무교육을 차근차근 밟고서 입시지옥을 거쳐 대학졸업장을 거머쥐어야 한다는 생각, 목돈이 좀 생기면 여러 나라를 비행기 타고 휘휘 돌며 사진을 찍어서 누리집에 올려야 한다는 생각, 조금 더 크고 시커먼 자가용을 굴려야 한다는 생각, 마당 한 뼘도 없는 시멘트 아파트를 몇 억이든 십 억이든 이십 억이든 들여서 장만해야 비로소 숨을 돌릴 만하다는 생각, …… 갖은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삽니다. 하늘빛을 볼 겨를도 못 내지만, 하늘빛을 보자는 생각도 안 합니다. 하늘빛을 안 보니 흙빛도 풀빛도 나무빛도 바라보지 않습니다.


  미국만 아니라 한국도 ‘조개 플라스틱’이나 ‘물고기 플라스틱’을 알아보면, 또 ‘돼지고기 플라스틱’이나 ‘소고기 플라스틱’을 따진다면 엄청 무시무시할 만하리라 봅니다. 가게에서 비닐자루를 쓰지 않도록 법을 마련한다지만, 정작 ‘비닐바구니 아닌 천바구니’를 쓰더라도 웬만한 먹을거리는 진작에 비닐로 겹겹이 싸 놓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읽는 책, 《2050 거주불능 지구》조차 겉종이를 비닐로 씌웠어요.


  사람들이 먹는 거의 모든 남새는 비닐밭에서 거둡니다. 고추밭도 비닐밭이지만, 배추밭도 비닐밭입니다. 여름에 나와야 알맞을 딸기가 겨울 한복판부터 가게에 나돌아요. 딸기는 겹겹이 비닐로 두른 집에서 석유난로를 때어서 거둡니다. 그러니까, 겉모습은 딸기이지만, 속알은 비닐하고 석유로 둘러친 것을 먹는 셈이에요.


  한겨울에도 딸기를 사다 먹을 만하니 살기 좋은 나라인가요, 아니면 무늬만 딸기인 비닐하고 석유를 목돈 들여 사다 먹으니 살기 나쁜 나라인가요?


  이제 스스로 물어보아야 합니다. 이 나라에서 우두머리를 맡는 분한테도, 새로 국회의원으로 뽑힌 이한테도, 시장·군수뿐 아니라 여느 공무원 모두한테도, 또 누구보다 우리 스스로 물어볼 노릇입니다. 맨발로 디딜 풀밭이나 맨흙이 싱그러운 마당 한 뼘조차 누리지 못하면서 자가용하고 시멘트집을 오가며 벌어들이는 돈으로 우리 삶은 얼마나 즐겁거나 아름다운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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