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11.
《그네》
문동만 글, 창비, 2008.5.27.
표 하나로 나라를 바꾸는 물결을 일으키기도 한다. 씨앗 한 톨로 마을을 바꾸는 기운을 퍼뜨리기도 한다. 해마다 조금씩 퍼지는 흰민들레를 바라본다. 그야말로 더디더디 늘어나지만 꾸준하게 이곳저곳으로 퍼진다. 하얀 꽃송이는 도드라지기에 퍼뜨리기 쉽다면, 꽃받침이 위로 붙은 노란민들레는 꽃송이를 하나하나 살피지 않고서야 텃민들레인지 아닌지 가리기 어렵다만, 어느덧 열 해째 노란빛 텃민들레도 곳곳에 씨앗을 묻으며 늘린다. 노랑이는 하양이만큼 잘 퍼지지는 않네. 《그네》라는 시집을 읽다가 한숨이 꽤 나왔다. 시를 쓰려면 술을 거나하게 마셔야 할까, 아니면 거나하게 술을 마셔야 시를 쓸 수 있을까. 술이 나쁘다거나 좋다고 느끼지 않는다. 누구나 알맞게 즐기면서 하루를 노래할 만하다고 여긴다. 그렇지만 거나하게 해롱대는 이야기를 자꾸 옮긴다면, 시를 읽는 셈인지 혀 꼬부라진 소리를 듣는 셈인지 아리송하다. 술 이야기를 시로도 쓸 수 있겠지만 ‘거나해서 비틀거리고 혀가 꼬부라진’ 소리는 따분하다. 했던 말을 또 하고, 다른 사람은 입을 다물라 하면서 쩌렁쩌렁 혼자 떠드는 듯한, 거나쟁이라는 하루는 무엇이 즐겁거나 아름다울까. 술병은 내려놓고 풀씨를 쥐기를 빈다. 술잔을 치우고 나뭇잎을 쓰다듬기를 빈다. ㅅㄴㄹ